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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I PeaceNet] 개발에서 공생으로: 한일 공동개발구역(JDZ) 거버넌스의 전환
등록일
2026-06-11
조회수
37

[기획자 註]
 

미래지향적 관계로의 발전을 통한 한일 협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본고는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이 곧 만료될 것을 앞두고 본 협정을 토대로 수립된 한일공동개발구역(JDZ: Joint Development Zone)의 거버넌스를 계승발전시킴으로써 향후 안정적인 한일협력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기획: 강영훈 원장(yhkang@jpi.or.kr)]

 



초록

본고는 1974년 협정에 의해 설립된 한일공동개발구역(JDZ)을 단순한 ‘개발 지연’의 사례가 아니라, 지난 50년간 갈등 확산을 억제해 온 지정학적 위기관리 제도로 재해석한다. 2028년 협정의 시효 만료를 앞둔 현 시점에서, 본고는 JDZ의 ‘공생적 해양 거버넌스(symbiotic ocean governance)’로의 제도적 전환을 제안한다. 본고의 목적은 JDZ를 국제해양법협약(UNCLOS), 생물다양성협약(CBD),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글로벌생물다양성프레임워크(GBF) 등 국제규범과 정합적인 지속가능한 자원관리 체제로 재설계하기 위해, 이를 해양보호구역(MPA) 제도로 전환하는 실천적 경로를 제시하는 데 있다.


연구방법으로는 문헌 분석과 정책 비교를 결합하여, 한국의 중앙정부 주도·기후연계형 MPA 모델과 일본의 지역공동체 기반·해양공간계획(MSP)·녹색전환(GX) 통합형 모델을 대조하고, 이를 JDZ에 적용 가능한 제도 모형으로 도출하였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JDZ의 안정성은 단독행위 금지–공동위원회 운영–잠정협정 유지라는 절차적 장치에 기반하며, 이는 실질적 개발 성과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위기관리 기능을 수행하였다. 둘째, 변화하는 안보 환경은 개발과 보전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제도적 업그레이드를 요구한다. 셋째, JDZ를 공동 MPA로 전환할 경우, 에너지 안보·생태 보전·외교 협력을 통합하는 다층적 거버넌스 구조를 구축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공동 구역 설정, 통합 모니터링, 공정한 이익 공유체계 등이 필요하다. 본고는 JDZ 담론을 위기관리에서 지속가능성과 다층 거버넌스로 확장함으로써, 동북아 해양질서의 안정과 국제규범 준수를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학술적 청사진을 제시한다.


서론

 

본고는 한일공동개발구역(JDZ: Joint Development Zone)을 지정학적 위기관리와 한일 공조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이를 통해 JDZ 거버넌스의 제도적 전환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JDZ는 1974년 1월 30일에 체결된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에 근거하여 설립된 이후 반세기 동안 양국이 중립적 지위를 유지하며 해저 자원의 공동 탐사와 개발을 추진해온 특별 구역이다. 그러나 2028년 6월 22일 협정 시효 만료까지 불과 2년 6개월가을 남겨둔 현시점에서, JDZ는 한일 양국 모두에게 단순한 자원개발 협력의 틀을 넘어서는 제도적 재설계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협정의 종료는 곧 미해결된 대륙붕 경계획정 문제와 지정학적 갈등을 재점화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동시에 기후위기 대응과 해양생태계 보전이라는 국제규범적 요구를 제도 속에 반영할 수 있는 전환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즉, JDZ는 기존의 ‘개발 지연’과 ‘위기관리’라는 이중적 성격을 넘어, 한일 양국이 협력의 틀을 확장하고 갈등을 제도적으로 억제 할 수 있는 새로운 규범 질서를 모색하는 실험적 장(場)으로 재구성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아

래 [그림1] 참조).

 

기존 연구들은 JDZ를 주로 동북아 해양질서 재편 과정에서 국제법적 논리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나 자원개발 성과 부재의 사례로 한정적으로 규정해 왔다.1) 그러나 JDZ를 지정학적 위기관리의 제도적 장치로 재평가하거나, 기후위기 대응과 해양환경 보전이라는 새로운 국제규범적 요구 속에서 ‘공생적 해양 거버넌스(symbiotic ocean governance)’의 관점에서 분석한 시도는 여전히 미흡하다.2) 본고에서 제시하는 ‘공생적 해양 거버넌스’는 해양을 공동의 자연 자본으로 인식하고, 장기적 자원관리와 생태계 보전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국제정치학의 ‘정부 없는 거버넌스(governance without government)’와 정책학의 ‘협력적 관리’를 결합한 규범·제도·행위자 설계 프레임을 의미한다(Kelly & Flannery 2018). 따라서 본고는 JDZ를 단순한 자원 공동개발 구역이 아닌,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자원관리(sustainable resource management)’의 실험적 공간으로 재규정하고자 한다. 여기서 지속가능한 자원관리는 환경적 지속가능성, 경제적 효율성, 사회적 형평성을 균형적으로 고려하고 이를 제도·정책 체계에 내재화하는 통합적 접근을 지칭한다.


2025년 6월 22일 협정 이행 분기점을 지난 지금, JDZ는 ‘개발’의 프레임을 넘어 지정학적 위기 관리와 거버넌스 전환의 실증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JDZ의 존속문제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협상 전략이 뚜렷이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절차적 통제와 단계적 협상 관리를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지연 전략(delay strategy)’을 구사하는 경향을 보인다.3) 반면, 한국은 국제법적 정당성과 자원 주권 확보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현 체제를 연장하여 협정의 지속을 모색하는 일종의 ‘눈치보기 전략(wait-and-see strategy)’을 취하고 있다.4)


이러한 전략적 불일치는 JDZ를 단순한 해저 자원개발의 장이 아니라, 협상 지형과 제도적 규범의 충돌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접점으로 기능하게 만든다. 따라서 본고는 협정 종료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국면에서 JDZ를 재구성할 수 있는 제도적·정책적 대안을 탐색하고, 이를 통해 한일 양국이 협력과 갈등 억제를 동시에 모색할 수 있는 공생적 해양 거버넌스의 구축 가능성을 규명하고자 한다. 
 

JDZ 거버넌스의 재설계는 단순히 기존 개발 성과를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법적·시간적 제약과 제도적 공백에서 비롯되는 잠재적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흡수하고, 더 나아가 한일 간 외교적 긴장을 구조적 수준에서 완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자 전략적인 제도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자원관리의 관점에서 볼 때, JDZ는 기후위기 대응, 해양생태계 보전, 국제규범 이행이라는 복합‧다층 과제를 동시 해결해야 하는 국면에 직면해 있다. 이와 맞물려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의 30% 보호(‘30 by 30’)를 채택함에 따라(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2022), JDZ에 해양보호구역(MPA: Marine Protected Area)을 적용하는 방안은 개발 중심 거버넌스를 지속가능 관리체제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한일 양국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생물다양성협약(CBD),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등 국제레짐에 부합하도록 MPA를 제도화 해 왔으나, 제도 경로와 설계 논리는 상이하다. 일본은 2000년대 이후 해양기본계획과 해양정책 본부를 축으로 국가전략 차원의 MPA를 추진하며 해양산업 육성과 병행하는 발전주의적 성격을 강화했다. 한국은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07)로 MPA를 확립했으나, 연안 습지·어촌계 중심의 분절적 관리와 중앙–지방–지역사회 간 거버넌스 정합성 부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초국경 해역인 JDZ에서 MPA 기반 공동 거버넌스 모델을 설계할 때 필수적인 비교 준거가 되며, 상호보완적 요소를 교차 학습하여 제도 설계에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JDZ 거버넌스의 전환은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제도화함으로써 외교적 갈등의 구조적 완화와 국제규범 준수의 동시 달성을 가능케 하는 지속가능한 해양 거버넌스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JDZ의 지정학적 위기관리 


JDZ는 1974년 체결된 협정에 따라 형성된 제도적 장치로, 표면적으로는 해저 자원의 공동 탐사와 개발을 목적으로 하였으나 실제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잠정협정(provisional agreement)’이라는 특수한 지위로 지정학적 위기관리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5) 한일 양국은 대륙붕 경계획정에서 근본적인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한국은 ‘자연적 연장(natural prolongation)’, 일본은 ‘중간선(median line)’ 원칙을 주장하며 대립해왔다. 이와 같은 구조적 갈등 속에서 JDZ는 개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동시에 군사적 충돌이나 외교적 파국을 방지하는 완충 장치로 작용하였다. 다시 말해, JDZ는 미완의 자원개발 체제가 아니라 갈등을 제도적으로 지연시키며 관리하는 위기관리 플랫폼으로 기능해온 것이다.


이러한 위기관리 기능은 세 가지 축으로 설명된다. 첫째는 절차화이다. 이 개념은 갈등 상황이 돌발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마련된 제도적 절차를 의미한다. JDZ 협정은 ‘합의 없는 단독행위 금지’라는 원칙을 명시하여, 일방적 개발이나 군사적 대응을 구조적으로 차단하였다. 또한 한일공동위원회의 정례적 운영을 통해 위기 발생 시 협의 절차를 제도화하였으며, 이는 국제 분쟁 관리에서 강조되는 ‘확전 억제 장치’의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절차적 장치는 자원개발의 성과와 무관하게 양국 간 갈등이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것을 억제하는 중요한 장벽으로 작용하였다.


둘째는 제도적 완충이다. 이 개념은 개발 지연과 같은 비효율적 결과가 오히려 갈등의 격화를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실제로 상업적 탐사와 개발이 지연된 것은 단기적으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였으나, 이는 양국이 해양경계획정 문제를 둘러싸고 군사적 대치나 외교적 파국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지하는 비용으로 기능하였다. 다시 말해, JDZ의 ‘개발실패’는 정치적 안정성의 유지라는 전략적 성공으로 전환되었다. 국제정치학적으로 볼 때, 이는갈등 억제를 위해 ‘비효율적 제도’가 일정한 역할을 이행할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셋째는 신뢰 구축이다. 이 개념은 JDZ가 실질적 개발 성과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최소한의 소통과 협력의 통로로 기능하였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협정의 존재 자체가 갈등을 관리하는 제도적 구속으로 작동하였고, 이는 한일관계가 악화된 시기에도 대륙붕 문제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심리적 안전망을 제공하였다. JDZ는 따라서 ‘부정적 평화(negative peace)’를 넘어, 장기적 관계 관리 속에서 ‘제한적 신뢰(restricted trust)’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JDZ는 국제 해양 분쟁 관리에서 협력적 억제와 제도적 신뢰 구축을 결합한 복합적 모델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위기관리는 소극적 안정 유지에 머물렀다는 한계를 가진다. 최근 중국의 해양팽창과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FOIP: Free and Open Indo-Pacific) 구도 속에서 JDZ의 안정성은 외생 변수에 취약해졌고, 2028년 6월 22일의 협정 만료의 도래는 제도 공백 위험을 노출하고 있다. 따라서 JDZ는 양자 협력의 범위를 넘어 다자적 위기관리 틀, 그리고 기후·환경 의제와 연계된 지속가능 거버넌스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런 맥락에서 JDZ는 “실패한 개발협정”이 아니라 “성공적 위기관리 제도”로 재평가될 수 있으며, 동시에 제도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다시 말하면, JDZ를 둘러싼 현실은 세력 균형의 관점에서 ‘전략적 완충지대’이자, 복합상호의존론의 관점에서 ‘다층적 거버넌스 실험장’으로 동시에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중적 성격은 동시에 한계를 내포한다. 단순 개발협력 프레임은 ‘자원 접근권–해양안보–국제규범 준수’라는 삼중 과제(triple challenges)를 동시에 충족하기 어렵고, 기존 제도 틀은 특히 기후위기, 국제규범 진화, FOIP 구도와 중국의 해양전략 등과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 따라서 JDZ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제도적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개발과 보전 이분법을 넘어선 공생적 해양 거버넌스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는 갈등 억제 기능에 머물던 기존 제도를 환경적 지속가능성, 경제적 효율성, 사회적 형평성을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규범·정책적 틀로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동북아 해양질서의 안정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책적 해법으로 기능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JDZ 거버넌스 전환
 

JDZ 거버넌스의 제도적 전환은 국제규범의 진화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구조적 압력 속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JDZ와 같이 법적 권원, 자원 이익, 환경적 가치가 중첩되는 초국경 해역에서는 단일 국가의 규제나 일방적 개발만으로는 복합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생적 해양거버넌스 접근은 다층적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지속가능한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적 제도·정책적 대안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거버넌스 전환의 동인은 국제규범적, 환경적, 정치경제적차원에서 상호작용하고 있다.


국제규범적 기반의 심화: 1982년 채택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연안국에게 자원개발권리를 인정하는 동시에 해양환경 보호 의무를 명시함으로써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제도화하였다.6) UNCLOS 제61조는 EEZ 내 생물자원의 남획 방지와 보존 의무를, 제192조는 모든 국가의 일반적 해양환경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적 권원과 자원 이익이 중첩되는 JDZ에서 양국이 공동 관리 책임을 이행해야 함을 명시하는 규범적 근거가 된다.

이어 1992년 생물다양성협약(CBD)은 해양과 연안을 포함한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국제적 책무로 확립하였다.7) 특히 2010년 나고야 총회에서 채택된 아이치 목표(Aichi Targets)는 2020년까지 전 세계 해양의 1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함으로써, JDZ와 같은 초국경 해역에서도 보전 중심의 공동관리 필요성을 강화하였다.

2015년 채택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해양자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글로벌 아젠다의 핵심으로 위치시켰다.8) 특히 목표 14(Life below Water)는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명시하고, 이를 기후변화 대응(SDG13)·식량안보(SDG2) 등과 연계하여 해양 거버넌스를 지속가능발전 전략의 핵심 축으로 통합하였다.


마지막으로 2022년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는 ‘30 by 30’ 목표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합의하였다.9) 이는 기존의 권고적 목표를 넘어선 강화된 규범적 합의로, 향후 JDZ를 포함한 초국경 협력 구역에도 직접적 제도적 압력을 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였다.
 

이처럼 UNCLOS10), CBD11), SDGs12), GBF13) 등 국제규범은 해양 자원의 개발과 보전을 조화시키는 원칙을 제도적으로 확립해왔으며, JDZ 거버넌스의 제도적 전환은 이러한 규범적 진화를 내재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JDZ는 단순한 자원개발 구역이 아니라 국제규범의 실천적 적용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한일 양국은 국제규범 준수국으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동북아 해양환경 거버넌스의 선도적 협력 모델을 구축할 잠재력을 지닌다.

기후위기와 해양생태계 변화에 따른 전환 압력: 오늘날 JDZ 거버넌스 전환을 요구하는 가장 큰 구조적 동인은 기후위기의 심화와 탄소중립 이행 압력이다. 종래의 개발 중심 모델로는 탄소배출 감축과 블루카본 보전이라는 국제적 책무를 충족하기 어렵다. JDZ는 천연가스 및 재생 에너지 산업의 잠재 매장지이자, 이산화탄소 해양지중저장(CCS)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14) 이러한 활용은 해양생태계의 회복력(resilience)과 자원 보전능력(capacity)을 강화해 장기적 생태서비스의 안정적 제공을 가능케 하지만, 반대로 무분별한 탐사·개발은 해저 생태계의 비가역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남획 방지, 생태계 복원, 블루카본 보전, 기후충격 완화 등 환경적 지속가능성은 JDZ 거버넌스의 핵심 조건이며, 이는 이미 CBD·SDGs·GBF 등 국제규범을 통해 제도화되어 있다.


또한 해양환경 악화와 생태계 위기는 JDZ를 단순한 자원개발 협정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다. 해양자원은 유한하고 변동성이 높아 시장 논리만으로 최적의 배분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JDZ와 같은 공동개발 구역에서는 협력적 비용 분담, 공정한 이익 공유, 공동 관리 체제를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해양재생에너지, 생태관광, 블루 이코노미 등 다원적 활용을 통해 경제적 지속가능성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반이 요구된다.


국제정치적 변화와 형평성의 제도화: 한편 국제규범의 진화와 동북아 해양안보 환경의 변화 역시 JDZ 거버넌스 전환의 중요한 외생적 요인이다. UNCLOS를 포함한 해양법 체제의 정착과 함께 중국 등 제3국의 전략적 행보는 한일 간 JDZ 협력을 다자적 규범질서와의 정합성 속에서 재구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양자 자원협력을 넘어, 동북아 해양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과제로 작용한다. 동시에 JDZ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형평성(equity)의 가치가 제도적으로 내재화되어야 한다. 형평성은 국가 간 이익 배분의 공정성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간 협력, 세대 간 정의를 포함하는 다층적 개념이다. 자원개발 이익이 특정 국가나 대기업에 집중될 경우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공생적 거버넌스는 지역 어민 공동체, 지방정부, 시민사회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포용적 설계는 미래 세대가 동일한 자원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가능성의 전제이자, 국제사회가 강조하는 규범적 가치이기도 하다.


결국 JDZ의 거버넌스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환경 보전–사회적 형평성–국제규범 정합성을 통합적으로 달성하려는 제도적 혁신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JDZ를 단순한 ‘개발지연의 사례’가 아닌, 지속가능성과 공생의 원리를 구현하는 해양 거버넌스 실험공간으로 재정의하는 실천적 경로라 할 수 있다.

 

한일 공생을 향한 JDZ의 제도적 전환

 

JDZ는 그동안 자원개발 협력의 제도적 장치로 출발했으나, 개발 지연과 제도적 한계 속에서 점차 본래의 기능을 상실해 왔다. 그러나 최근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자원관리라는 국제적 흐름은 JDZ를 단순한 자원개발 구역이 아니라, 환경보전과 공생적 거버넌스의 실험장으로 재구성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해양보호구역(MPA) 정책은 개발과 보전을 조화시키는 제도적 장치로서 각국에서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JDZ에 접목할 경우 갈등 관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동의 자원 보전과 생태계 회복을 기반으로 한 한일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구상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JDZ를 MPA로 전환할 경우 어떠한 제도적 가능성과 협력적 함의를 지닐 수 있는지를 고찰한다. 이러한 논의는 JDZ를 단순한 과거의 공동개발 틀에서 벗어나, 한일 공생과 동북아 해양기후 거버넌스의 제도적 전환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경로를 탐색하는 데 의의를 가진다.


JDZ를 MPA로 재규정하려는 시도는 기존의 개발 중심 거버넌스를 탈피해, ‘보전과 이용’의 균형을 제도화하려는 전환을 의미한다. 1974년 체결된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은 해저 자원의 탐사‧개발 촉진과 자원 배분·이익 공유에 초점을 두었으나, 기후위기의 심화, 국제규범의 진화, 그리고 협정 만료라는 시간적 제약은 JDZ를 더 이상 단순 개발구역으로 머물게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JDZ의 제도 설계는 현 체계를 보완·재설계(re-design)하여 국제규범과의 정합성을 갖춘 지속가능 공동관리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이는 (1) 개발 권리와 환경 의무의 동시 충족, (2) 분쟁 억지와 협력 촉진의 제도적 병행, (3) 다층 행위자 참여와 투명성‧책임성의 규범화를 수반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정치적 함의를 내포한다.


첫째, 개념적 전환의 차원에서 JDZ는 단순한 자원 공동개발 구역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과 해양생태계 보전이라는 국제사회의 규범적 요구를 수용하는 초국경적 관리 구역으로 재규정될 필요가 있다. 이는 JDZ를 단순한 “해저자원 개발구역”에서 “지속가능한 해저 자원관리 구역”으로 전환함으로써, 한일 협력 패러다임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나아가 JDZ 제도 전환의 핵심적 근거는 국제규범적 기준에 있다. UNCLOS는 연안국의 자원개발 권리를 인정함과 동시에 해양환경 보전 의무를 병행하도록 규정함으로써,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국제법적으로 제도화하였다. CBD는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 이용을 국제적 책무로 확립하며, 국가 간 협력의 틀을 강화하였다. 더불어 SDGs와 GBF는 해양보호구역(MPA) 확대를 글로벌 목표로 제시하고, 그 이행을 통해 국제사회 전반에서 보전–이용 균형을 달성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러한 규범들은 단순히 국가 단위의 정책 목표에 그치지 않고, JDZ와 같은 초국경적 협력구역에도 직접적 압력을 가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둘째, 한일 양국의 MPA 정책 비교는 JDZ 거버넌스의 제도적 설계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분석 기준을 제공한다. 일본은 2000년대 이후 중앙정부 주도의 해양기본계획(海洋基本計画)과 해양정책본부의 조정을 통해 MPA 정책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확장해 왔다.15) 즉, 해양생태계 보전과 더불어 해양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적 성향이 제도 설계 전반에 반영되었다. 반면 한국은 2007년 제정된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MPA 제도를 발전시켜 왔으나, 주로 연안 습지·어촌계를 중심으로 한 지역적·분절적 관리 체계에 의존해 왔으며, 중앙정부·지방정부·지역사회의 거버넌스 정합성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러한 상이한 제도 경로는 JDZ와 같은 초국경적 해역에서 공동관리 체계를 구상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정치적·정책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일본의 중앙집권적·발전주의적 관리 모델과 한국의 지역 분권적·분절적 관리 모델 간의 제도적 접합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는 JDZ 거버넌스 전환의 핵심 쟁점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JDZ에 MPA 제도를 적용할 가능성은 환경적·경제적·사회적 차원에서 다층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환경적 측면에서는 해양생태계의 회복력과 블루카본(blue carbon) 자원보존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며, 경제적 측면에서는 어족 자원의 회복, 지속가능 어업의 기반 강화, 그리고 해양재생에너지 활용과 같은 신산업 기회의 창출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지역사회 참여, 세대 간 정의의 구현, 그리고 국가 간 형평성 제고가 요구된다. 따라서 JDZ의 MPA화는 단순히 자원보전을 위한 제도 설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개발과 보전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통합적 관리 모델을 구축하는 제도적 실험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한일 양국의 정책적 차이를 조정하고 국제규범적 압력을 내재화함으로써, JDZ 거버넌스를 공생적 해양 거버넌스 모델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정치적·학술적 의미를 갖는다.


셋째, JDZ를 MPA로 재규정하는 시도는 불가피하게 다층적 제도적·정책적 과제를 수반한다. 무엇보다도 협정 만료 이후 새로운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며, 이는 단순한 협정 갱신을 넘어선 재설계적 접근을 요구한다. 특히 JDZ 거버넌스가 국제사회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UNCLOS, CBD, SDGs, GBF 등 국제규범과의 정합성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적 조건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국제규범적 정합성은 JDZ의 제도적 전환이 단순히 양자 간 협력 차원을 넘어, 글로벌 규범 체제의 실천적 적용 공간으로 기능하게 하는 근거가 된다.

정책적 차원에서도 복합적 과제가 존재한다. ①기존의 개발 중심 구조를 보완하여 공동관리 체제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이익 배분의 문제를 넘어, 해저 자원 보전과 이용의 균형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협력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②JDZ를 둘러싼 정책 형성과 집행 과정에는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지역사회, 어업인 집단, 환경 NGO, 학계 등 다양한 행위자가 얽혀 있으므로, 이해관계자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다층적 참여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③공동관리의 정당성과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명성, 책임성, 절차적 정당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메커니즘의 설계가 요구된다. 이러한 요구는 곧 JDZ의 제도 전환이 단순한 보호구역 지정이나 기존 협정의 부분적 수정에 머무르지 않고, 개발 중심 협력구조에서 공생적 해양 거버넌스로의 이행이라는 제도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결론

본고는 JDZ를 ‘개발 성과의 미흡’이라는 협소한 평가 틀을 넘어, 지난 반세기 동안 한·일간 분쟁의 확전을 억제해 온 지정학적 위기관리 메커니즘으로 재평가하였다. 합의 없는 단독행위 금지, 공동위원회 운영, 잠정협정의 지속과 같은 제도적 장치는 자원개발의 실질적 성과가 부족했음에도 군사‧외교적 충돌을 억제하는 완충 기능을 수행했다. 동시에 의사결정의 경직성, 개발의 지연, 잠정성의 고착이라는 개발 중심 거버넌스의 구조적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 이처럼 JDZ는 안정 유지의 성과와 제도적 비효율이 교차하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 제도임이 실증적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평가를 토대로 본고는 JDZ의 향후 지향점을 ‘공생적 해양 거버넌스’로 제안하였다. 이는 개발과 보전의 이분법을 넘어 UNCLOS·CBD·SDGs·GBF 등 국제규범을 외생적 제약이 아닌 내생적 설계 원리로 통합하고, 국가정부–지방정부–어업공동체–기업–NGO 등 다층 행위자의 참여를 제도화하는 접근이다. 한국(중앙정부 주도·기후연계형)과 일본(지역공동관리·MSP/GX 결합)을 통한 JDZ의 MPA 전환은 에너지 안보, 환경보존, 외교협력을 통합하는 다층적 거버넌스로의 혁신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JDZ의 MPA화는 단순 보호구역 지정이 아니라 보전과 이용의 균형과 위기관리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실천적 경로로 평가된다.


정책적 차원에서, 첫째, 2028년 협정 만료를 분기점으로 잠정협정의 핵심 규범(단독행위 금지·분쟁해결절차)을 계승하면서 생태계기반관리(EBM), 공동 모니터링·데이터 공유, 공동 MPA 설치 근거를 포함하는 법·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 둘째, ‘한일공동해양관리청(가칭)’과 이해관계자협의회(어민·지자체·기업·NGO)를 법정화하여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핵심 서식지–완충–다목적 이용의 구역화(zoning)를 통해 블루카본 복원과 해상풍력을 해양공간계획(MSP)으로 조정하고, 비용·이익 공유 및 자연 자본 회계·탄소크레딧 등 공정한 분배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과학조사·환경영향평가의 표준화와 위기 시 연락체계를 기반으로 점진적 다자화(중국 등)를 추진하여 지역 안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자: 강영훈 제주평화연구원 원장, 편집 : 제주평화연구원 이혜진 연구원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부교수/국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해양전략연구센터(KJMC) 센터장)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히로시마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영국 셰필드대학교에서 국제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해양전략연구센터장을 역임하였다. 학회 활동으로는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외교사학회 총무이사, 현대일본학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학술 공동체 내에서 연구·행정·학술 교류를 두루 수행해 왔다. 연구 분야는 일본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해양거버넌스, 경제안보 및 에너지·기후 정책 관련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대표 연구로는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의 이행 및 지속 방안: 양면게임 이론으로 분석한 한국의 대(對)일 협상 전략」(『동서연구』, 2024), 「Post-2028년을 대비한 일본의 대(對)한국 협상 외교: 한일공동개발구역(JDZ)에서의 협상력 강화를 위한 지연전략」(『국가안보와 전략』, 2024), 「지경학의 연결성으로서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 Post-2028년을 대비하는 한일 양국의 입장과 중국 변수」(『국제정치논총』, 2022)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다수의 편저 및 공저를 통해 일본연구와 동아시아 국제정치 분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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