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註]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한국은 물론, EU와 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에 비용 및 부담 분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의 근간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나, 동맹에 관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요구에 대응하고 나아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지속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고는 한미동맹 현대화를 위한 위기와 기회요인들을 살펴보고 정책적 제언을 제시한다. [기획: 강영훈 원장(yhkang@jpi.or.kr)]
초록
한미동맹 현대화는 급변하는 안보환경 속에서 더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미중 전략 경쟁의 장기화, 북·중·러 협력 심화, 신흥기술 경쟁의 가속화 속에서 동맹은 한반도 방위를 넘어 지역·글로벌 동맹으로 확장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게 분명한 부담을 초래하지만 동시에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
이 글은 포괄성·역동성·호혜성이라는 동맹 아키텍처를 중심으로, 정책·전략의 정합, 상호운용성·역할 확대, 제도·규범 혁신이라는 3개 기조 아래 9개 핵심 과제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동맹 현대화가 단순히 미국 요구의 수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선택적 기여와 협력을 통해 동맹 구조를 재설계하고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 관리’의 과정임을 강조한다.
동맹 현대화의 성공은 위협인식 공유, 확장억제 강화, 전작권 전환, 주한미군 태세 조정, 다자안보협력 등 복합적 과제의 균형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궁극적으로 동맹 현대화는 위험요인과 기회요인이 공존하며,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때 한국의 안보와 외교적 공간은 오히려 확대될 것이다.
문제제기
북한 위협의 질적·양적 고도화와 북·중·러의 군사협력,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중 전략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복합위협 환경은 동맹의 위협인식 범위와 역할·비용 분담 구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특히 2025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미동맹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미국은 “동맹 현대화(Alliance Modernization)”를 명분으로 한국에 군사·비군사 분야에서의 역할 확대와 비용 분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1)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논의된 핵추진 잠수함, 전작권 전환 일정, 주한미군 역할 확대와 같은 민감한 현안들은 이러한 동맹 현대화의 압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의 “현대화” 요구가 그 명분과 달리 한국의 전략·정치·재정적 한계를 시험하고 동맹 운영의 균형을 위태롭게 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증액, 역외분쟁에 대한 개입 요구, 글로벌 공급망 재편 참여 등은 모두 상당한 비용과 리스크를 수반하여 한국의 정치·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역량이나 우선순위를 초과하는 과도한 역할 확대는 동맹 내 비대칭성을 확대하고 국내 여론의 악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GDP 대비 5% 이상의 국방비 지출을 동맹 기여의 기준선으로 제시하며, 그에 못 미치는 동맹국에는 방위공약 축소를 언급하는 거래적 접근을 보였다.
한편 동맹 현대화는 한국에게 전략적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새로운 동맹의 틀 속에서 한국은 전략적 자율성과 역내외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두 차례 한미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경제·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한국이 오랫동안 희망해 온 핵심 현안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10월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핵연료 공급 협력을 약속하였다.2) 이는 호혜적 동맹으로 가기 위한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동맹 현대화 아키텍처: 포괄성·역동성·호혜성
동맹 현대화의 전략적 방향성은 분명했다. 한미 양국은 2003년부터 “포괄적이고 호혜적인 동맹”으로 비전을 설정해왔다. 2006년과 2007년 SCM에서는 “미래지향적이며 포괄적‧역동적‧호혜적 동맹” 관계가 제시되었다. 이후에도 2008년 “21세기 전략동맹”, 2009년 “포괄적 전략동맹”, 2013년 “미래지향적인 동맹”을 제시한 바 있다. 또 2019년과 2023년 「미래 한미동맹 국방비전」을 발표하면서 그 방향성을 재확인했다.3) 동맹 현대화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한미동맹이 추구해온 방향은 포괄성, 역동성, 호혜성의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4)
첫째, 포괄성(Comprehensiveness)은 동맹의 지리적, 기능적 대상을 한반도 방위에서 인도·태평양, 나아가 글로벌 안보 이슈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대만해협, 남중국해, 사이버·우주 등 광역 안보영역에서 선택적 기여를 확대하길 기대한다. 이는 한국에 부담을 주지만, 전략적 자율성 확보와 다자 연계 강화를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포괄성은 한미동맹이 공동 위협인식을 통해 정책과 전략의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둘째, 역동성(Dynamism)은 변화하는 위협과 기술 환경에 신속히 적응하는 능력을 갖추어 상호 역할기대를 충족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북·중·러 협력 강화, 새로운 전장(우주·사이버)의 부상 속에서 한·미간 연합지휘체계 정비, 연합훈련 강화, 기술동맹심화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군의 전략기획·C4ISR 능력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려 연합군사태세의 유연성과 상호운용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호혜성(Reciprocity)은 동맹 현대화가 한국의 일방적 비용 확대가 아니라 상호 이익의 교환 과정이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방위비 분담 인상 가능성, 주한미군 인프라 비용, 역외 기여확대 등 부담이 증가하는 만큼, 한국은 이에 상응하는 확장억제 강화, 안정적 전작권 전환, 핵심 기술협력 보장 등을 확보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제도와 규범 혁신을 통해 상호신뢰성을 높이고, 비대칭적인 동맹의 호혜적 성격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9개 과제 분석
#1. 위협인식의 공유
미국은 한미동맹이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 등 ‘수정주의 세력’에 대응하는 광역 억제체계로 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SCM 공동성명에서는 “북·중·러의 전략적 협력 심화가 역내 안정에 구조적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하며, 양국이 대만해협 안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5) 이는 한미 양국의 위협인식이 중국을 포함한 광역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도전요인: 한국은 지정학적 제약과 경제적 대중 의존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역외 분쟁 개입은 중국의 경제·외교적 반발을 유발할 수 있으며, 대만해협 긴장 고조 시 한미동맹의 임무분산은 북핵 대비태세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한국의 분쟁 개입은 국내 여론과 법적 절차(국회승인 등)와 충돌할 가능성도 크다.
• 기회요인: 미국, 일본과의 정보·경보체계 연동한다면 북한 미사일 탐지·추적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사이버·우주 등 신흥 위협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운용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맹의 전략적 접점을 넓힘으로써 한국의 외교적 공간과 전략적 자율성이 확대될 것이다.6)
따라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위협인식에 대해 한국은 충분한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위협 계층별(북한, 역내, 글로벌) 기여 범위와 우선순위를 명문화하고, 역외 작전에 대해서는 ‘사전협의, 사전 동의’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단계적인 역할 확대에 대해서도 군사력 및 자원 배분에 대한 계획을 마련하고, 중국의 보복 가능성에 대비한 다양한 대응책을 동맹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2. 확장억제의 신뢰성 강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라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는 문제는 동맹 현대화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재래식 전력 강화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미국 자신의 확장억제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번 SCM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활용한 확장억제 제공”을 재확인하고,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지속 운영과 정례 보고를 약속한 것은 다행스럽지만,7) 한국의 모든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 도전요인: 전략자산 전개 및 운용은 미국 정치·전략 우선순위에 따라 변동될 수 있고, 전술핵 재배치나 핵공유는 미국의 비확산 원칙과 안보 환경상 현실성이 낮다. 이러한 확장억제의 불확실성은 한국 내 독자 핵무장 여론을 자극해 동맹 내부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 기회요인: 최근 미국은 핵추진잠수함 협력, SLCM-N(Nuclear-armed Sea-Launched Cruise Missile) 재도입 검토. 전략폭격기 순환 전개 확대를 포함한 ‘지역 확장억제 패키지’를 검토하고 있다.8) 또한 한미일 3자 협력을 통해 공동경보체계와 미사일 추적훈련을 강화함으로써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통합태세 강화는 북핵 억제 뿐만 아니라 재래식 분쟁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확장억제는 북핵 억제를 위한 한반도의 전략적 구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안보공약의 실효성을 시험하는 사안이다. 따라서 한국은 역내 핵균형을 강조하면서 다양한 옵션을 활용해 확장 억제를 강화하고, 향후 전술핵 배치 등을 조건부 협상 카드로 유지해야 한다.9) 또한 NCG에서 합의된 의제들 외에도, 우주 기반 감시정찰, 다층 미사일방어 등 한국군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항목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이다.
#3. 비군사 안보협력 확대
동맹 현대화의 또 다른 축인 경제안보, 기술안보 협력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2025년 10월에는 양국이 기술동맹 MOU(Technology Prosperity Deal)까지 체결하여 전략 기술에서의 공조를 제도화했다. 이는 미국이 처한 전략환경 변화가 반영된 결과인데,10)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AI, 사이버·우주 등 민군 기술의 안보적 가치를 강조하며, 동맹국의 ‘전략 조정(align)’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미·중 기술경쟁의 최전선에 위치한 만큼 높은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 도전요인: 미국의 대중 견제에 따라 공급망 재편, 대중국 수출통제 강화가 진행될 경우, 한국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성이 제한되고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AI, 양자, 우주 분야 협력은 지식재산권 문제와 기술흡수 능력의 불균형 등 제약을 동반한다. 아울러 국내법과 제도 개정의 부담도 있다,
• 기회요인: 2023년 이후 미국은 ‘기술동맹’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규정했다. 이는 단순히 산업 협력이 아니라 첨단 기술표준 설정, 공동 R&D, 국방·민간 연계 혁신 등 ‘전략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한다는 의미이다.11) 한국은 높은 기술력과 생산역량을 활용해 미·일과 함께 공급망 핵심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
한국은 비군사 협력에 대한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민·관·군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 정책 일관성과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산업 협력의 범위를 단계적, 선택적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전략적 가치와 파급효과가 큰 분야는 적극 협력하되, 경제적 손실 가능성이 큰 분야는 예외조항(safeguard)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4. 연합방위체계 간명화
전시 작전통제권((OPCON) 전환은 동맹 현대화의 핵심 과제이자 한국군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를 상징하는 사안이다. 1954년 합의의사록,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 전환에 이어 한미 연합방위체계를 재편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2014년 “조건부 전작권 전환(COTP)”과 2018년 합의된 ‘통합형 미래연합사령부’는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이는 미국의 핵심역량을 유지하면서도 한국군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절충 모델이다.
• 도전요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의 지연, 미측 정보·정찰자산 연계 문제, 연합 작전계획의 재정비 등 전환 조건은 아직 완전히 충족되지 않았다. 한국군의 C4ISR, 전략기획, 장거리 정밀타격 역량이 미군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지휘·통제속도와 효과성의 저하, 상호운용성 저해 등의 위험도 제기된다.
• 기회요인: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의 연합작전 기획능력 강화, 위기 시 책임체계 명확화, 국방개혁과 연계한 군구조 개편 등 도약의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도 2025년 SCM에서 “한국군의 재래식 전력 주도 능력을 지지한다”고 밝혀 전작권 전환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12) 전환과정이 수월하게 진행된다면 보다 간명한 연방방위체계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과 상호운용성이 동시에 높아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은 전작권 전환을 ‘시기·조건·신뢰’의 균형 속에서 추진해야 한다. 즉 △실질적인 FOC 평가, △연합지휘권한의 재정립, △장거리 타격, 정찰자산 등 핵심능력 확보, △미군 지원의무 제도화 등을 통해 안정적 전환을 구현해야 한다. 당연히 전작권 전환 이후의 전략기획, 정보분석 등 한국군의 지휘능력을 실질적으로 보강하고, 유사시 미군의 증원에 대한 공약과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
#5. 주한미군 태세 최적화
한미 정상회담과 SCM에서 미국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위를 넘어 역내 안정 기여”로 규정했다. 이는 주한미군을 인도·태평양 분쟁 시 신속전개부대로 활용하는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제도화는 주한미군의 임무가 다층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일련의 주한미군 최적화(optimization)가 주한미군 규모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 도전요인: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 지역에 전개될 경우 발생하는 대북 억제 공백 위험이 있다. 중국·러시아는 주한미군의 역내 작전 확대를 자신의 안보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한국에 대한 군사·외교적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주한미군 현대화에 따른 비용 증가가 한국 정부의 SMA 부담 확대와 연결될 수 있다.
• 기회요인: 주한미군의 현대화, 통합운용은 한국군의 전력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최신 미사일 방어 체계, 무인정찰기(MQ-9), 스텔스 플랫폼(F-35, B-21), 장거리 정찰·타격 자산의 순환전개는 한미동맹의 감시·타격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킨다. 또한 주한미군의 지역 네트워크 화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안보 프레임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대체전력 보장, 미군 진출입에 대한 사전협의, 지역 활동범위 규정 등의 원칙 하에 관리해야 한다.13) 또한 주한미군 인프라 현대화 과정에서 한국 방산기업의 참여를 확대하여 경제·기술적 이익도 확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지역 태세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전력배분의 원칙과 내용을 함께 기획하는 수준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6. 한국의 역할·비용 확대
트럼프 2기의 미국은 동맹 기여의 핵심 기준으로 “GDP 대비 국방비 5%”, “방위비 대폭 증액”, “역외 기여 확대”를 제시해왔다.14) 이러한 배경에서 2025년 한미 협상은 무기 구매, 대미투자 패키지를 망라한 포괄적 협상으로 전개되었다. 금년 11월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에는 “한국이 국내법에 따라 국방비를 가급적 조속히 GDP 3.5%까지 증액할 것”이라는 계획이 담겼고, 또한 2030년까지 미 군사장비 250억 달러 구매와 주한미군 주둔 지원에 330억 달러 제공을 약속하여 방위비 분담에 대한 다년 계획을 공식화했다.15)
• 도전요인: 이미 한국이 미군기지 이전, 기지운영, 군사시설 건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당한 기여를 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방위비의 과도한 증액은 국내 여론과 재정구조에 큰 부담을 초래한다. 특히 국방비 증가가 교육·복지 등 사회적 우선순위와 충돌하는 문제, 미국이 요구 수위를 지속적으로 상향할 가능성, 역외 작전까지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 기회요인: 비용 확대를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즉, 한국이 방위비 및 국방비 확대를 조건부로 수용하는 대신 △전작권 전환 이후 미측 지원 의무 명문화, △전략자산 상시 순환전개, △핵심 무기체계 공동개발, △한국 방산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 확대 등을 교환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양국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국방비 증액 계획을 환영하며, 핵추진잠수함 협력, 고위급 기술동맹 출범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결국 한국은 재정 부담 확대를 실질적 권한, 기술·억제력 강화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위해 다년 SMA 체제 도입, 비용 항목 세분화, 상호주의 기반의 ‘기여-보상 매트릭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전작권 전환과 연계한 핵심전력을 확보하고, 국방 연구개발과 방위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7. 협의 메커니즘의 통합·효율화
현재 한미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한미군사위원회회의(MCM),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핵협의그룹(NCG) 등 다층적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나,16) 위기상황에서 이들 채널이 중첩되거나 기능이 분절될 경우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의 고도화된 도발 패턴, 북·중·러 군사협력 강화, 회색지대 전술 확대 등을 고려할 때, 기존 협의체의 관료적 구조만으로는 충분한 대응 속도와 통합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 도전요인: 우선순위 설정에서 양국의 이해가 충돌할 수 있고, 협의체 자체가 관료화되어 신속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또한 정치·외교 의제가 군사적 판단을 지연시킬 위험이 있고, 이를 적대국들이 활용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긴급상황에서는 작전지휘 체계의 혼선이나 오해를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 기회요인: 이들 협의체가 상시 운영되는 방향으로 강화된다면 정책·정보의 공유를 원활하게하며, 기능별로 정보공유와 위기대응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정치·군사·외교의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상호 신뢰와 연합작전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상시 채널의 가동·종료 조건을 명확히 하되, 안보정책에서 시작하여 군사작전수준의 협의체로 발전시켜야 진정한 제도화가 완성된다. 이를 위해 한국은 의사결정 권한과 정보보호 규정을 제도화하여 자유로운 협의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 또한 기능적인 차원에서는 위기유형별, 수준별 전략워게임(국방부-합참-연합사-전략사)을 정례화, 최적화하여, 각 채널이 실행력있는 협의체로 기능하도록 인력·자원을 최적배분해야 한다.
#8. 다자 안보네트워크 심화
미국은 한미동맹을 미일동맹과 수평적으로 연결하여 ‘동북아 3자 안보체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한미일은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3국 연합훈련 정례화, 공급망·신기술 협력의 제도화를 빠르게 진전시키고 있다. 이는 동맹 현대화의 지리적 범위를 한반도에서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장하는 흐름이다.
• 도전요인: 한국은 다자 구조 참여 시 연루(entrapment)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대만해협 유사시 개입 압박, 중국·러시아의 경제·외교적 보복 가능성, 국내 국회 승인 및 여론 부담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한국의 역할이 상징적 수준에 머무를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 기회요인: 한미일 3각 협력은 미사일 탐지·추적 능력과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해 가장 효과적이며, QUAD, AUKUS Pillar217) 참여는 기술·산업 협력 네트워크를 넓혀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크게 강화할 수 있다.18) 특히 첨단 방산·기술 협력으로 확대하면 한국의 국방 R&D, 방산 산업, 민군 융합 혁신에 실질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한국의 다자 네트워크 참여는 필수적이지만, “선택적, 단계적, 이익 기반”의 원칙을 정립해야한다. 필수 영역(북핵 억제, 정보공유, 미사일 추적)은 적극 참여하되, 한반도 외부에 대한 군사 개입이나 경제적 피해가 큰 영역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연루 위험을 줄이면서도 동맹 현대화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9. 통합혁신과 기술협력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전쟁 양상을 변화시키는 가운데, 한미는 AI 기반 지휘통제통신, 무인 전력, 극초음속 탐지·요격, 우주감시 능력 등 ‘미래전력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2025년 정상회담에서도 기술동맹의 제도화가 강조되었고, 특히 국방 분야에서의 공동 R&D, 시험평가 협력, 첨단 플랫폼 통합 등이 진전되고 있다.
• 도전요인: 기술협력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는데, 미국은 핵심 기술을 쉽게 이전하지 않으려하고, 한국은 기술흡수, 지재권 관리, 산학연 협력 구조에서 아직 한계가 있다. 또한 다국 간 공동개발 시 보안, 데이터 공유·평가 절차가 상이한 경우 협력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우려도있다.
• 기회요인: 기술협력은 동맹 현대화를 실질적으로 완성하는 핵심 축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래전 핵심기술 확보의 속도를 단축할 수 있고, 이를 민간 산업, 우주경제, 방산 수출과 연계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미국 또한 한국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활용해 중국과의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한미동맹의 장기적, 전략적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의 능력을 통합하는 통합억제(integrated deterrence)를 넘어, 미래의 기술과 능력을 통합하는 통합혁신(integrated innovation)이 핵심 기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인력·예산 지원을 확대하고, 국방 R&D 결과가 민간 혁신으로 연결되도록 기술이전, 상용화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19) 아울러 한미 간의 협력 초기부터 보안 인증, 데이터 표준화, 시험평가 절차를 공동 설계해 안정성과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위험과 기회를 함께 관리하는 동맹 현대화 전략
한미동맹은 지금 구조적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동맹 현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은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핵심은 “미국의 요구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가, 아니면 능동적으로 동맹 구조를 재편하는가”에 달려 있다. 한국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동맹 현대화 재설계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첫째, 조건부 수용과 상호이익 전략이다. 미국의 요구에 대해 단순 수용이나 거부가 아니라 조건부, 선별적 수용의 전략을 취해야 한다. 교환 조건을 정교하게 마련하여, 비용 증가를 안보적 이익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한국이 단순한 생산기지나 조립기지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공동표준 설정을 협상 테이블에서 요구해야 한다.
둘째, 단계적, 계층적 동맹 운용 모델 구축이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한반도-지역-글로벌의 3계층 구조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는 북한 위협 대응에서 한국군의 주도권 강화, 확장억제의 작전·정책적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 지역 차원에서는 정보 및 조기경보, 해양안보 중심의 기능적, 단계적 기여를 상호 제공한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경제안보. 사이버·우주 등 비군사 영역에서 적극적 참여가 요구된다.
셋째, 기술·산업 동맹을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동맹 현대화의 지속성을 담보하는 요소는 군사력뿐만 아니라 기술·산업 생태계의 통합에 있다. AI 기반 지휘통제, 우주감시망, 무인·자율전력, 극초음속 대응체계 등은 한국의 독자능력만으로는 신속하게 개발하기 어려운 분야다. 미국과의 공동 연구개발, 시험평가,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면 한국의 미래 억제력과 방산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 현대화는 단순한 군사협력의 조정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전략적 지위와 역할을 재설계하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한국은 비용·위험·기회가 혼재된 복합적 선택을 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구조적 기회로 전환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 △기술동맹 실질화, △다자네트워크 강화, △미래전 대비 역량 강화 등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한국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인 동맹 현대화를 어떻게 설계하고 활용하느냐가 한국의 새로운 안보환경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기획자: 강영훈 제주평화연구원 원장, 편집 : 제주평화연구원 이혜진 연구원
손한별 (국방대학교 전략학부)
손한별 교수는 국방대학교 전략학부에서 전쟁론, 핵전략, 전략기획론 강의를 맡고 있으며, 국가안보문제연구소 연구기획실장 및 핵/WM대응연구센터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미동맹, 확장억제, 군사전략기획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J5)에서 실무자로 근무하였고,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한국학연구소(GWIKS),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IN-EAST)의 방문학자로 활동하였다. 서울대학교 독어교육학 학사와 정치학 석사 학위를, 국방대학교에서 군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