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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팬데믹과 미중관계 By : 강수정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 JPI PeaceNet: 20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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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팬데믹과 미중관계

강수정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

1.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미중관계의 변화1)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있어서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40년간 유지되었던 ‘키신저 질서’ 하에서 대중국 ‘관여(engagement)’와 미·중 간 ‘협력(cooperation)’에 중점을 두었던 미국의 대중국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반영했다. 1970년대 초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관계를 중재했던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이른바 ‘키신저 질서(Kissinger order)’는 1970년대 중반 베트남 전쟁의 종식과 미국과 중국의 화해로 형성된 아시아에서의 미·중 간 협력 체제를 의미한다. 키신저 질서의 기본 전제는 미·중 간 협력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이며,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하에서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용인했고, 중국은 그 질서 속에서 혜택을 누리며 경제적 발전을 이루는 대가로 미국이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군사동맹을 맺고 미군을 주둔시키며 역내 지배적인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처럼 미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급성장하는 중국의 부상을 용인하고 심지어 촉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편입시켜 다양한 영역에서 중국과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중국이 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가 되도록 독려하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호혜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유주의적 믿음과 중국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최대 수혜자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 질서를 전복하려할 이유가 없으며 미국과 중국의 상대적인 국력의 차이에서 미국의 우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 인식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인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면서 대중국 정책의 전환을 추동했다. 아시아에서 키신저 질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이 이미 아시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우위에 도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경쟁’의 개념을 미중관계의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2017년 12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 보고서는 이러한 대중국 인식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었다.2) 이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략적 경쟁의 신(新)시대가 도래하였다고 보고, 중국을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국제질서를 형성하기를 원하는 ‘현상변경 세력(revisionist power)’이자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급속한 성장으로 미·중 간 국력의 격차가 좁혀지면서 점진적으로 커져온 미국 사회의 대중국 위협인식을 투영하고 있으며 미국의 대중국 인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트럼프 행정부는 ‘경쟁’에 초점을 맞춰 대중국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했고, 무역전쟁을 기점으로 일련의 실질적 조치들을 통해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2018년 7월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마찰은 지난 40여 년간 유지되어온 ‘키신저 질서’가 해체되고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20년 1월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 발발 18개월 만에 1단계 무역합의에 최종 서명하면서 일단 휴전 상태로 접어들긴 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1단계 합의가 미·중 갈등 봉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며, 미·중 간 갈등의 쟁점들은 2, 3단계에서 더욱 치열하게 다뤄질 것으로 진단한다.



2. 코로나 19(COVID-19)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대응


이처럼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19(COVID-19) 팬데믹(pandemic, 전 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글로벌 도전은 기존 강대국인 미국과 신흥 강대국인 중국의 국가적 위기관리 능력뿐만 아니라 국제적 리더쉽을 검증받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중관계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작년 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코로나 19가 최초로 발병한지 2달여 만에 중국에서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감염자 수가 8만 명을 넘어섰고, 동아시아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는 1월 30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선포한데 이어 3월 11일에는 코로나 19에 대해 ‘팬데믹’을 선언했다. 강력한 봉쇄 및 통제 조치를 실행한 결과 3월에 들어서면서 중국 내 코로나 19 확산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반면에, 미국에서는 지역사회로의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 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였다(<그림 1>과 <그림 2> 참조). 미국은 3월 26일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된 데 이어, 4월 11일에는 미국의 코로나 19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가 이탈리아를 넘어서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국가가 되었다.


<그림 1>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 수

<그림 2> 코로나 19 누적 사망자 수


중국과 미국은 모두 코로나 19에 대한 초기 대응에 있어서 오점을 드러냈다. 중국은 발생 초기에 코로나 19가 사람 간 전염된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관련 정보의 공개를 차단하고 통제함으로써 전염병 확산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흡한 초기 대응으로 인해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이 급속하게 확산되자 다급해진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서 인민전쟁을 선포하고 1월 23일 우한시에 대한 전면적인 도시 봉쇄를 시작으로 후베이성 외에도 14개 성·시에서 통행금지, 대중교통 운행중지, 학교·직장 폐쇄 조치 등 봉쇄 또는 봉쇄에 준하는 폐쇄적 관리 조치에 들어갔다.3) 이러한 조치들이 더 이상의 급격한 확산을 막는 데에 효과를 발휘하면서 중국 정부는 서둘러 자국의 방역 경험을 ‘성공’으로 포장하기 시작했지만,4) 인권과 자유, 투명성, 개방성, 민주성의 측면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코로나 19 대응 모델로 평가받기에는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가 발생 초기 방역 실패로 감염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정보 은폐 및 부실 대응에 대한 대내외적인 논란과 비판에 휩싸였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국내적 안정을 회복하고 있는 것은 미국과 서유럽 등 서구 선진국들도 초기 방역에 실패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여 그 수가 중국을 넘어서면서 중국이 일정 부분 상대적인 반사 효과를 누리고 있는 측면이 있다.


다른 한편, 미국은 중국에서의 최초 발병 이후 2달여간 미국 내 지역사회로의 확산에 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염증 확산의 심각성을 경시한 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초기 방역 실패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국가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늑장 대응 논란에 관한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날마다 제출되는 미 정보기관의 ‘대통령 일일 보고’(President's Daily Brief)5)가 1월과 2월에 코로나 19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무시하고 그 심각성을 평가절하했다고 보도했다.6)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반박하고 나섰지만, 추후에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19 대응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경우 초기 대응 실패의 원인이 주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중 양국은 이처럼 코로나 19의 확산에 따른 국가적 보건 위기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내부적 취약성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보건 안보 위기에 대응하여 국제 협력을 이끄는 국제적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도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코로나 19 팬데믹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여지없이 나타나면서, 국제공조가 필요한 사안에 주도적으로 나서 각국의 협조를 끌어내던 이전 미 행정부와는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유럽 내 감염병 확산이 본격화되던 시점에 미국이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유럽발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유럽연합의 비판을 받았다.7)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WHO가 마련한 코로나 19 백신의 평등한 분배를 위한 국제정상회의에 불참한데 이어, 중국 편향성 등의 이유를 들어 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선언하였다.8) 뿐만 아니라, 같은 달 24일 코로나 19의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을 가속화하고 공평한 분배를 보장하기 위해 WHO의 주도로 프랑스·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과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이 참가하여 출범한 국제 이니셔티브에도 미국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9) 지난 5월 4일에는 EU 집행위원회의 주도로 코로나 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모금 행사가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는데, 40여 개국이 참석해 자금 지원을 약속한 데 반해 미국은 이유를 밝히지 않고 불참했다.10)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태도가 보건 안보 분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국제공조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이러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백신 개발과 분배를 둘러싼 경쟁에서 글로벌 쟁탈전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11)


반면에, 중국 정부는 코로나 19의 중국 내 확산이 진정세로 돌아서면서 자국의 방역 경험을 다른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국제사회를 향해 의료 협력과 지원을 약속하는 등 활발한 보건 외교를 전개하면서 코로나 19 진원지 논란과 초기 대응 실패로 훼손된 국가 이미지를 회복하고 미국의 리더십 공백을 틈타 글로벌 리더십과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은 WHO에 2,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전 세계 130여개 국가 및 국제기구에 의료용 마스크, 방호복, 진단 키트 등의 의료 물자를 제공했으며, 이탈리아, 이란, 이라크,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등에 의료 지원팀도 파견했다. 하지만 중국이 지원하거나 수출한 마스크와 진단 키트 등의 의료 물품에서 결함이 발견되어 대량 반품 사태가 벌어지면서, 오히려 중국의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고 중국산 물품에 대한 보이콧과 반중 정서가 확산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3. 코로나 19 확산에 대한 책임론을 둘러싼 미·중 간 여론전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미·중 양국은 전 세계적인 보건 안보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국제적 협력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보다는 오히려 코로나 19의 진원지와 책임론을 둘러싸고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는데 치중하면서 양국 간 경쟁과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 19의 세계적 확산으로 대규모의 인명 피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그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 19의 최초 발원지와 관련한 논란의 중심에 있으면서 동시에 발생 초기 그 위험성과 전염성에 대한 은폐 및 축소, 부실 대응에 대한 의혹과 비판을 받고 있는 중국에 대한 ‘책임론’과 국제적인 반중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책임론을 제기하며 연일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에 코로나 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지우기 위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12)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에 금전적 징벌을 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뿐 아니라 새로운 비관세 장벽 또는 경제제재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13)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 19 확산의 책임을 중국에게 돌림으로써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을 분산시키고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료 출처: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미국 내 여론조사(2020.03.03.-29)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코로나 19의 미국 내 감염이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3월 3일부터 29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살펴보면,14)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응답자의 비율이 전체의 66%로 이 기관이 2005년 첫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에, 중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26%로 2년 연속 최저치를 보였다(<그림3>참조). 민주당원과 민주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 중에서는 62%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한 반면에,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7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4>참조). 수전 손턴(Susan Thornton)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중국 때리기는 워싱턴 정가에서 언제나 정치적으로 유리한 전술이었다며,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 정치권에서 이러한 미국 내 ‘반중 정서’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중국책임론은 중국 체제의 위기관리 능력뿐만 아니라 투명성과 개방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포함하고 있어, 중국 체제에 대한 외부적 도전으로 인식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며 애국주의를 부추겨온 중국 지도부로서는 자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국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취약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즉, 중국 지도부는 국내정치적으로 체제 정당성을 유지하고 외부적 도전에 대항하여 국내 여론을 결집시키기 위해 코로나 19에 대한 중국책임론을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국은 중국 정부가 강력한 방역 조치로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음으로써 국제사회가 전염병을 방제할 시간을 벌어줬지만 미국 정부가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늑장 대응으로 인한 초기 방역 실패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함으로써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아 책임을 회피하고 코로나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코로나 19의 진원지와 확산의 책임을 놓고 미국과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15)


이러한 코로나 19 발원과 확산의 책임을 둘러싼 미중 간의 신경전은 전 세계적인 보건 위기에 대응하여 유엔과 같은 다자기구를 중심으로 국제적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데에도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유엔은 그동안 보건 안보 이슈와 관련된 국제적 논의와 대응을 주도해왔으며, 2013-15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에볼라 위기 시에도 유엔 안보리가 선두에 서서 결의안을 채택하고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주도한 바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에볼라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 코로나 19 위기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는 아직까지 어떠한 결의안이나 의장 성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측이 코로나 19의 진원지로서 중국을 적시하는 문안이 결의안 또는 의장 성명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함에 따라, 미중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안보리 내 합의를 이루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안보리 내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는 미·중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안보리 차원에서 별도의 결의나 조치 등이 논의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16) 이처럼 미·중 간 심화된 경쟁과 갈등 속에서 국제 공조를 이끄는 글로벌 리더쉽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이러한 국제적 현상에 대해 “코로나 19에 대응하여 싸우기 위해 어느 때보다도 세계가 한데 뭉쳐야하는 상황인데도 국제사회는 분열되어있고 국제 공조를 이끌 지도자가 없어 리더십 부재와 결여 현상이 명백하다”고 지적한다.17)



4. 향후 미중관계 전망


이처럼 미·중 양국 지도부의 고도의 정치적 계산 하에서 전개되고 있는 코로나 19 책임론을 둘러싼 미중 간 여론전은 상호 간의 불신과 적대감을 고조시키면서 양국 간 경쟁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를 중심으로 중국이 코로나 19의 발원지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고 발생 초기 그 전염성과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아 확산을 촉진시켰다는 중국책임론이 대두되면서 중국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증대되었다(<그림 3>, <그림 5> 참조). 중국 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중국책임론을 제기하면서 초기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게 떠넘기려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미국에 대한 불신과 극단적인 반미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18)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첨예한 상호 공방 속에서 양국 간 체제·가치·이념의 이질성이 보다 명확히 드러나면서 불신과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결국 이러한 상호 간의 불신과 반목은 미중 간 세력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더 나아가 양국 간의 체제·이데올로기 경쟁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림 5> 미국인들의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

자료 출처: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미국 내 여론조사(2020.03.03.-29)
설문 문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제문제와 관련해 바람직한 일을 하고 있다고 신뢰하는가?


미국은 이미 동맹국들 및 우방국들과 코로나 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대한 중국책임론과 관련해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 반중 기류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19) 독일, 프랑스, 영국, 호주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책임론에 가세하여 코로나 19의 발생 원인과 관련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중국에 요구하면서 국제적 조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하고 있으며,20) 유럽연합(EU)도 5월 18∼19일 열리는 WHO 총회에서 코로나 19의 기원과 확산에 대한 독립된 국제적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중국은 러시아와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과 관련한 양국의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된 ‘중국책임론’에 맞서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21) 이처럼 코로나 19 발생과 확산의 책임을 놓고 미국과 그 우방국들을 중심으로 중국책임론과 반중 기류가 강화되고 이에 중국이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며 맞대응에 나서면서, 신냉전적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미중관계 전망에 있어서 미·중 간 경쟁을 넘어서 ‘대립 시나리오(confrontational scenario)’들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 중국이 지난 40여 년간의 평화와 안정 속 성장과 번영의 시대를 뒤로하고 글로벌 패권을 놓고 공개적으로 경쟁하면서, 전 세계가 글로벌 가치사슬체계의 양분화, 이데올로기와 가치의 진영화, 군비 경쟁을 특징으로 하는 “신냉전(New Cold War)” 혹은 “냉전 2.0” 시대로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부는 미·중 간 갈등이 통상 문제를 넘어 글로벌 가치사슬, 군사안보, 체제·이데올로기 영역으로까지 비화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정치·경제·안보 영역에서 미·중 간 편 가르기 경쟁이 본격화된다면, 지역 국가들은 미·중 사이에서 정책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점차 양쪽으로 나뉘어 진영화되는 신냉전적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미·중 간 ‘협력’과 ‘협업’ 중심의 낙관적 전망이 단기간에 부활할 가능성은 낮고, 향후 미·중 간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경쟁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미중관계의 긴장이 빈번하게 고조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는 미٠중 간 전략적 경쟁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미·중 간 경쟁이 점차 표면화되고 격화될수록, 한국은 미·중으로부터 각종 외교·안보적 현안들에서 지속적으로 선택을 강요받는 전략적 딜레마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러한 선택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내실화하면서 한국의 국익을 수호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전략적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질서와 안보구조의 지각 변동을 추동하고 있는 미중관계의 변화와 그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여 이에 대비한 한국의 장기적인 지역전략과 보다 정교한 생존방정식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1) 이 부분은 강수정, “미중 관계와 동아시아 안보정세 전망,” 『성균차이나브리프』, 제8권 제2호(2020), pp.83-88의 일부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임
2) The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Washington DC: The White House, December 2017: https://www.whitehouse.gov/wp-content/uploads/2017/12/NSS-Final-12-18-2017-0905-2.pdf
3) “十四个省市启动突发公共卫生事件一级响应,” 『北京青年报』, 2020.01.24.
4) “세계 팬데믹 와중에 중국 코로나19 예방 퇴치 성공 경험 만방에 과시,” 『뉴스핌』, 2020.03.12.
5) '대통령 일일 보고'(President's Daily Brief)는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기밀 일일 국제정세 보고서로, 주요 국제정세 및 안보 위협 사안을 담고 있다.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 DNI)이 보고서 작성을 총괄하고 있다.
6) “President’s intelligence briefing book repeatedly cited virus threat,” The Washington Post, 2020.04.27.
7) “EU, 트럼프 '유럽발 입국 금지'에 "일방적 조치" 비판,” 『연합뉴스』, 2020.03.12.
8) “트럼프, WHO 자금지원 중단…"기본책무 실패 반드시 책임물어야",” 『연합뉴스』, 2020.04.15.
9) “백신회의 빠지고 유엔 결의 막고…리더십 버린 미국에 동맹 좌절,” 『매일경제』, 2020.05.10.
10) “트럼프 '아메리카 퍼스트'에 코로나19 백신 쟁탈전 우려,” 『연합뉴스』, 2020.05.05.
11) Nahal Toosi and Natasha Bertrand, “Fears rise that Trump will incite a global vaccine brawl,” Politico, 2020.05.03.
12) “트럼프 "중국 우한 실험실이 발원지"…코로나관세 부과 검토,” 『매일경제』, 2020.05.01.
13) Keith Johnson, “As If Things Aren’t Bad Enough, Trump Mulls Fresh Trade War With China,” Foreign Policy, 2020.05.04.
14)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여론조사는 18세 이상의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3월 3일∼29일에 진행되었고, 표본오차는 ±3.7%이다. Kat Devlin, Laura Silver, and Chiristine Huang, “U.S. Views of China Increasingly Negative Amid Coronavirus Outbreak,” April 21, 2020: 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20/04/21/u-s-views-of-china-increasingly-negative-amid-coronavirus-outbreak/
15) “화춘잉, 美 일각 코로나19 발발 중국 책임론 주장에 “책임 떠넘기지 마라,” 『인민망』 2020.04.01.
16) 오영주, “코로나 19 시대: 글로벌 거버넌스와 다자주의의 역할” IFANS Focus, 2020.04.08.
17) "유엔 사무총장 "국제사회 이끌 리더십 없다,” 『파이낸셜 뉴스』, 2020.05.02.
18) “중국 온건파 지식인들, 코로나19에 반미정서 거세지자 자제 촉구,” 『연합뉴스』, 2020.04.16.
19) "美, '中 책임론'에 동맹국 동참 압박…EU도 '국제 조사' 촉구,” 『연합뉴스』, 2020.05.06.
20) “美·英·佛 책임론 압박 속…메르켈 "中, 코로나 원인 공개해야,” 『중앙일보』 2020.04.21.; “중국, 호주의 코로나 근원조사 언급에 발끈…'경제보복' 경고,” 『연합뉴스』, 2020.04.29.
21) “중러 정상, 美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제기에 공동 대응,” 『연합뉴스』, 2020.04.17.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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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동균(제주평화연구원 박사 후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저자 現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 전공으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영국 노팅험대학교(University of Nottingham)에서 중국정치외교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 주요 연구분야는 중국 정치와 국제관계이고, 주요 논문으로는 “Domestic Bureaucratic Politics and Chinese Foreign Policy,”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2014), “중국인들의 민주(民主)에 대한 인식,” <동북아 연구>(2019) , "불간섭 정책에 대한 중국 지식인들의 논쟁과 실용주의적 접근," <아태연구>(2019)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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