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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호: 2020년 정세전망-5호-] 인도태평양 전략의 불투명한 미래 By :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JPI PeaceNet: 20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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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 전략의 불투명한 미래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I. 서론


‘인도태평양’ 이라는 새로운 지역 개념이 점차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인도태평양은 인도양 지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포함하는 광대한 공간으로, 2010년 이전에는 해양과학 분야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개념이다. 하지만 몇 년전부터 미국의 서해안에서 인도의 서해안, 심지어 아프리카의 동부해안까지 이르는 엄청난 공간을 하나의 지역이라고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역개념의 사용이 증가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해양과학 분야를 제외하고 ‘인도태평양’ 이라는 지역개념은 주로 인도, 호주, 일본,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의 전략논의에서만 사용되었었다. 그러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후에 미국에서도 인도태평양에 대한 전략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기업인들과 미팅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Free and Open Indo-Pacific Strategy: FOIP)’을 미국의 아시아 전략으로 발표하였고, 그 다음 해인 2018년 7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인도태평양 경제 비전(America’s Indo-Pacific Economic Vision)’을 발표하였다. 2019년 6월에는 패트릭 새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이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을 발표하였다.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 새너핸 국방장관 대행의 연설, 그리고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략문서의 발간을 계기로 인도태평양의 사용이 증가하였고, 국내외의 많은 분석가들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해석과 전망에 분주하다. 이 글도 그런 노력 중의 하나로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미래에 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집권할 경우에 인도태평양 전략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지 못할 경우에는 인도태평양 전략이 어떻게 될 것인가?



2. 인도태평양 전략의 진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인도태평양이 국제적으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지만 앞서 말했듯이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역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한 국가는 미국이 아니다.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은 2007년 인도에서 처음 제안되었으며, 같은 해에 아베 총리도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정치인으로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2010년 하와이 연설에서 인도태평양을 처음 언급했었다. 인도태평양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연설은 그로부터 7년 뒤인 2017년 11월에 있었는데, 선거에서 경합했던 정치적 라이벌이 먼저 사용한 개념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연설에서 사용한 것은 아이러니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하여 트럼프의 다낭 연설이 자주 언급되지만, 인도 태평양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다낭 연설에 명확히 나타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연설을 자세히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인도태평양을 하나의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해 일관된 전략을 정립하고 있는지가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다낭 연설은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기간 중 주장해온 공정무역과 상호성을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와의 관계에서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강조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법의 지배를-- 인권과 항행의 자유를--존중하겠다는 내용도 있으나 공정무역이나 상호성에 관한 언급과는 비교가 안 되게 간략하다. 즉, 트럼프 대통령의 베트남 다낭 연설은 무역에 관한 대선 공약의 재확인이 주된 내용으로,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국가전략을 밝힌 연설이라고 보기에는 빈 부분이 많다. 아울러 중요한 점은 다낭 연설로부터 2년이 넘게 경과하였지만 인도태평양 전략의 빈 부분을 트럼프는 채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대부분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포럼’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발표한 ‘인도-태평양 경제비전 (America’s Indo-Pacific Economic Vision)’ 과 새너핸 국방장관 대행이 ‘샹그릴라 대화’에서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조합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2018년 여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1억 3천만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하였고, 미국 의회는 2018년 10월 인도태평양 지역국가에 대한 미국의 개발금융을 30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로 증액하는 BUILD 법을 통과시켰다. (이와 비교하여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통하여 무려 1조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새너핸 국방장관 대행의 연설과 국방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는 인도태평양의 전략적 중요성과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라는 미국의 비전을 재확인하고, 중국, 러시아, 북한, 초국가적 도전과제들을 역내 위협요인이라 인식하고, 군사적 대비태세의 강화, 동맹국 및 각종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 역내 다자협의체의 활용을 통해서 미국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비전을 추구하고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 국가의 이익을 수호할 것임을 밝혔다.


트럼프의 다낭 연설에서 부족한 부분을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새너핸 국방장관 대행의 연설과 국무부와 국방부의 전략문서가 채워주자, 많은 분석가들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수사’에서 ‘정책’으로 진화중이라고 평가하고,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점차 정립되어 가고 있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사이에서 우리의 대응과 선택에 관하여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나 고민이 아직은 성급하거나 심지어 불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3. 트럼프 vs. 인도태평양 전략


최근의 미국 외교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비전형적인 최고정책결정자를 고려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 외교의 특징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나, ‘목적’에 있어서는 미국 우선주의, ‘방법’에 있어서는 공격적 일방주의를 특징으로 한다고 정리하여도 과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가이익의 증대를 최우선시하며 그에 장애가 되는 것들은 과감하게 배척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경제질서가 미국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며 기존의 안보협력 관계도 미국에게 손해라고 생각하고 있다. 경제분야에서 WTO 를 무력화시키고, NAFTA 와 한미 FTA 를 재협상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로부터 탈퇴하는 결정들, 안보분야에서 NATO를 비난하고,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액을 늘릴 것을 요구하며, 주한미군의 철수를 위협하는 행위들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선거공약에 그치지 않고 실제정책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데에 있어서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거나 협의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고, 이란핵협정으로부터 탈퇴하고, 심지어는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리아로부터 미군을 철수시키는 결정들은 트럼프의 외교가 국제적으로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얼마나 일방적으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다낭 연설의 주내용이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관계를 추구하겠다는 선거공약의 재확인에 불과하였던 것은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도태평양 경제 비전’을 통해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미 국무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늘리고 인도태평양의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려는지 모르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가 아니라 미국 내부에 투자와 일자리가 증가되기를 원하고 있다. 새너핸 국방장관 대행이나 미 국방부는 동맹과 파트너 국가, 그리고 다자협의체를 통하여 인도태평양 지역의 위협요인에 대처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트럼프에게는 동맹도 다자협의체도 중요하거나 유익하지 않고 상대가 중국이든 북한이든 단독적, 일방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즉,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국무부나 국방부의 인식과 달라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공격적 일방주의는 미 국무부의 ‘인도태평양 경제비전’이나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 전략’과는 심지어 모순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만약 이러한 분석이 맞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미 국무부나 국방부에서 주창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는 다자협력이나 자유민주주의가 중요한데, 그런 요소는 트럼프가 아니라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야 더 잘 존중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4. 결론: 인도태평양 전략의 불투명한 미래


새로운 지역 개념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을 전후로 아시아태평양 이라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지역개념이 등장하여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지역 개념의 등장은, 한, 중, 일, 미, 카나다, 멕시코와 같은 환태평양 국가들 간 교류가 증가하고 관계가 심화되어서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이 더 이상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는 당시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탈냉전 후 미국이 아시아로부터 이탈할지 (disengage) 모른다는 아시아의 우려, 그러한 아시아의 우려를 달래려는 미국의 의도도 반영되어 있었다.


인도태평양 개념의 등장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번 주에 발표된 ISEAS-Yusof Ishak institute의 연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남아인들의 52.5%가 동남아지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국가가 중국이라고 답하였고, 85.4%가 중국의 정치적 전략적 영향력에 대해서 우려를 표시했다. 한편 미국이 동남아 지역에 안보를 제공하거나 신뢰할 만한 전략적 파트너인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7%가 미국에 대해 신뢰를 거의 또는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대답하였다. 이런 조사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인도에서부터 일본, 호주에 이르기까지 인도태평양 지역의 많은 국가들은 중국의 부상과 일대일로로 상징되는 서진(西進)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이나 서진을 견제해줄 것이라고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인도, 일본, 호주 등의 국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과 서진을 견제해주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그동안 미국에게 인도양 지역과 태평양 지역은 전략적으로 하나의 공간이며 미국이 인도태평양에 전략적으로 관여하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해 왔다. 마침내 그러한 노력에 미국이 응답하여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개념의 확산은 인도, 일본, 호주가 추구한 대미 외교의 ‘거의 완전한’ 성공사례로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거의 완전한’ 이라는 단서가 붙은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때문이다. 미 국무부나 국방부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신봉하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나 공격적 일방주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모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나 국방부의 정책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가적인 전략으로서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탄생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이 끝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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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인택(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저자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겸 제주포럼 사무국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同 대학원 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UC, Berkeley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UC, Davis, University of Washington, 이화여자대학교, 제주대학교 등에서 강의. 핵전략, 안보협력, 공공외교가 주요 관심분야이며, “한국형 공공외교 모델의 모색: 정책네트워크를 활용한 맞춤형, 과학적 공공 외교”와 “핵폐기 사례연구: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의 함의와 한계” 등의 저술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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