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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호: 2020년 정세전망-4호-] 점차 보수화되는 EU By :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JPI PeaceNet: 20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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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보수화되는 EU

도종윤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I. 서론


2018년 말, EU 정상회담 이후 그들이 내놓은 관심사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첫째,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EU의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파편화되는 EU를 어떻게 단일하게 유지할 것인가, 둘째, 날로 증가하는 국제범죄 및 이민자 문제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셋째, 근린 국가 및 동유럽국가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넷째, 방위 관련 구조 개혁을 어떻게 진행하고 EU-NATO 간 협력 관계는 어떻게 다룰 것인가, 다섯째 각종 선거를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허위 정보(disinformation) 유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여섯째 다년간 재원 확보 전략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국제 공조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2019년도 EU의 정책 평가는 이러한 관심이 그들의 정책에 얼마나 반영되었느냐였다. 이 글은 EU의 관심이 2019년의 정책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검토하고 이를 기반으로 2020년에는 어떤 방향으로 EU가 정책의 방향을 잡을 것인지 가늠하는 데 목적을 두고자 한다.



II. 본론


1, 브렉시트: 시간과 관계의 문제


2019년 3월 29일로 예정되었던 브렉시트는 결국 없었다. 이후 EU와 영국의 공통된 우려는 합의 없는(No-deal) 브렉시트의 현실화 여부였다. 협상의 핵심은 결국 ‘시간표’와 ‘EU-영국 간 미래 관계’다. 우선 시간표는 결코 영국 측에 유리하지 않다. 작년, EU와 영국은 3차례나 브렉시트를 연기하였다. 그리고 해를 넘겨 2020년 1월 31일로 날짜를 못 박았다. 그 사이 영국은, 보리스 존슨으로 총리가 바뀌었고(7월 24일) 총선이 있었다(12월 12일). 탈퇴 시간표가 꼬이면서 영국은 EU의회 선거에는 인원을 배정받았으나 집행위원은 그렇지 못했다. 이제 영국은 모든 EU 정책에서는 배제된 체 탈퇴의 날만 기다리고 있다. 둘째, 브렉시트 타결의 중요 열쇠 중 하나는 EU-북아일랜드-영국 간 국경선 문제이다(소위 backstop 문제). 크게 4가지 옵션이 있으나(EU와 영국의 EU 관세 동맹, EU와 북아일랜드 관세 동맹, 영국과 북아일랜드의 소프트 보더를 전제로 한 관세 동맹, 영국과 아일랜드의 하드 보더를 전제로 한 관세 동맹) 어느 것도 EU와 영국을 모두 만족 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EU-아일랜드-북아일랜드-영국 간 국경선 문제는 EU 탈퇴 후 EU와 영국 간의 미래 관계 설정의 중요 기준이 된다. 보리스 존슨의 승리로 영국의 강경한 탈퇴 입장은 지지를 얻게 되었지만, 향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관계, 스코틀랜드의 독립 등 주권의 갈등 양상은 풀어야할 숙제다. 더 나아가 다른 EU 회원국의 EU 잔류 문제, EU와 회원국 간의 관계 설정, 기타 민족 및 지역의 독립 문제 등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협상의 마감 시한인 1월 31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여전히 양자 간 미래 관계는 불투명하다.


2. 일자리와 성장-구심력 강화-사회적 가치의 알고리즘


2019년은 보호무역주의 부활 등 세계 경제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해였다. 이에 대응하여 EU는 작년 내내 공격적 산업 정책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첫째 미래지향적인 (forward-looking) 디지털 정책, 둘째 데이터 경제의 등장과 디지털화 시대에 알맞은 각종 조치 강구, 셋째, 공정 경쟁과 상호 이익을 위한 탄탄한 무역정책 주도 등이다. 유럽정상들은 이를 토대로 작년 6월, ‘신전략 아젠다 2019-2024(New Strategic Agenda 2019-2024)’를 채택하고 미래 5개년을 기획하였는데 이는 미래의 EU를 내다 보는 척도다.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시민 보호 및 자유 수호: i) 영토의 단일성을 유지하고 외국인(이민자)들의 출입관리를 위한 외부 국경 통제 ii) 효율적 송환 정책 및 이주·난민 정책 iii) 쉥겐 협정의 기능 조정 iv) 악성 사이버 행위, 국가/비국가 행위자의 허위정보(disinformation) 및 하이브리드 위협(hybrid threats) 대비.

둘째, 강력하고 활기찬 경제 기반 개발: i) 자본 시장 동맹 달성 및 국제사회에서 유로화의 역할 증대 ii) 디지털 혁명에 대응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납세 iii) 디지털 세계에서 유럽의 자주성 확보 iv) 단일 유럽 차원의 교육 및 훈련 투자 v) 시장 접근, 불공정 관행, 제3국 혹은 역외지역으로 들어오는 안보 위협, 그리고 연쇄적 생산 공급 과정(supply chain)에 대한 전략 확보

셋째, 기후 중립화 추진: i) 기후변화는 EU가 녹색 경제의 글로벌 리더가 될 기회를 제공 ii) 효율적인 순환경제, 유럽 에너지 시장의 적절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와 회원국의 에너지 주권 확보 동시 모색 iii)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및 미래 이동수단 투자 강화 iv) 기후변화 이슈와 성(性) 평등, 권리와 기회의 동등한 보장 등 사회적 가치의 연계

넷째, 글로벌 무대에서 유럽의 이익과 가치 증진: i)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개발, 2030아젠다, 난민·이민 문제에서 선도적인 영향력 발휘 ii) 민주주의, 인권, 글로벌 평화와 안정 등 유럽의 가치를 다른 이들에게 전파하는 작업의 지속 iii) 대서양 동반자를 비롯한 신흥세력들과의 양자적 관계 유지

EU는 이러한 우선 작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내부의 경제적 기반(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이 튼튼해야 함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단일시장(EU의 통합)이 경제성장의 토대라고 판단하는 한 파편화의 원심력보다는 통합의 구심력이 훨씬 클 것이며 2020년의 모든 정책의 지향은 일자리와 성장-구심력 강화-사회적 가치의 알고리즘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판단된다.


3. 자유주의 정파 목소리 강화와 ‘녹색 딜’(Green Deal) 그리고 ‘디지털 경쟁력’


2019년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 양대 정치 세력인 유럽인민당 그룹(EPP)과 사회민주당 그룹(Socialists and Democrats)은 상대적으로 많은 의석을 잃은 반면, 자유주의 그룹(RE), 녹색당 그룹(GREENS/EFA)과 극우 포퓰리스트 그룹(ID)은 의석이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세력은 우려했던 것 보다는 인상적이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자유주의 정치 그룹인 RE의 선전하였고 보수적 색체의 EPP와 ECR는 패배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한편 12월 1일에 출범한 집행위원회의 성향을 보면 정파별로는 유럽인민당 그룹(EPP) 10명, 사민당그룹(Socialists and Democrats) 9명, 자유주의 그룹(RE) 6명, 기타 2명 등으로 구분되었고 자유주의 그룹의 약진이 돋보였다.


2019년 유럽연합 집행위원 명단

출처: 저자 작성


주목되는 것은 업무 분야 중 ‘녹색 딜’(Green Deal), ‘디지털 시대 및 경쟁력’ (Digital Age / Competition), ‘경제 및 사회문제’, ‘가치 및 투명성’, ‘이주’(Migration) 담당 집행위원들이 모두 부위원장급으로 선임되었다는 것이다. ‘녹색 딜’과 ‘디지털 시대 및 경쟁력’이 미래를 향한 경제적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면 ‘경제 및 사회문제’, ‘가치 및 투명성’, ‘이주’ 등은 파편화된 유럽을 극복하고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과 관련되어 있다. 이는 향후 5년간 EU 집행위원회가 어느 방향으로 추진 동력을 둘 것인지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4. NATO와의 관계: 새로운 역할의 모색


NATO회원국(29개국) 중 EU 회원국(28개국)과 겹치는 국가는 22개국이다. 비(非) EU를 포함할 경우 유럽회원국은 26개국에 이르고 있다. 비록 EU와 NATO 제도적으로 구분은 되지만 구성원의 교집합이 크므로 양자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EU의 NATO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비용 대비 NATO의 역할이 걸맞는 지에 대한 논란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정하게 예산을 분담하는 NATO 동맹국들에게만 도움을 줄 것”이라는 수차례 언급(The Guardian, 07. 28, 2016)으로 유럽회원국들은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2019년 기준 NATO 주요 회원국들의 GDP 대비 군사비 지출 비율은, 영국 2.13%, 독일 1.36%, 이탈리아 2.01 %, 프랑스 1.84% 등으로 미국의 3.42%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다(전체 GDP 대비 NATO 회원국의 평균부담 비율은 2.51%). 그러나 군사비 지출 분담과는 별개로 EU와 NATO는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 6월 17일, EU와 NATO는 42개 이행 항목을 확인하는 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여기서 양자는 군사훈련의 중요성과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등 5가지 핵심 요소를 강조하였다.

제도와 비용, 역할의 간극이 큰 현재의 NATO 구조 속에서 EU는 독자적인 방위군 운영에 모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EU 28개 회원국 중 23개국이 2018년 11월 13일 브뤼셀에서 모여 공동 군대(European Army) 창설에 합의하고 2020년 이후 매년 5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여 군대의 해외 훈련 허브를 구축하고 최첨단 무기 구입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와 NATO의 관계가 금방 단절되지는 않을 것이다. EU는 리스본 조약에서는 NATO와의 협력을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17년, 모게리니 EU 외교대표의 언급을 비롯하여 수차례 EU는 NATO 회원국의 법적 의무, 군사비 지출에 관한 가이드라인 준수 등을 확인한 바 있다, 즉, 제도적, 정치적으로 NATO와의 연관성을 부인 할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변화된 안보 위협에 NATO가 어떻게 대응할지 역할 조정을 강구하는 쪽으로 양측이 전략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실천과제를 도출할 것으로 보인다.


5. 영원한 긴장 관계: 러시아


EU에게 러시아(구 소련 포함)는 역사적으로 긴장, 우려 그리고 갈등의 요소가 담긴 곳이다. 이런 관계는 러시아의 구 소련 지역에 대한 민족주의 지원 그리고 EU의 동유럽 확장 정책이 충돌하면서 보다 더 날카롭게 대립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2014년 러시아 미사일에 의해 격추된 MH17기의 추모 5주기를 맞이하여 러시아-유럽-우크라이나 간의 해소 되지 않은 외교문제들이 다시 부각되었다, 작년 4월 24일, 러시아 대통령령으로 공포된 우크라이나 령 도네츠 주(Donetsk)와 루한스크 주(Luhansk) 일부 지역에서의 여권 간소화 조치는 민스크 협정(Minsk agreement)에 반하는 것으로 우려를 표시하였다. 지난 7월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제21차 EU-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2014년 이후 러시아에 의한 공격으로 동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가 유린 된 것에 강력히 항의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임을 천명하였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럽은 러시아가 비밀리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New York Times, 2014. 08. 27). 그러나 한편으로는 EU-러시아-우크라이나의 관계를 조율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 한 후 EU 정상들이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갖고 동우크라이나 문제의 긴장을 풀자고 제안하기도 하였다(일명 Normandy format). 동시에 EU는 우크라이나의 정치개혁도 요구하고 있다. 반부패 개혁, 행정의 분권화 등에 약 1억 2천만 유로를 지원하고 향후 5억 유로 이상을 재정 개혁에 지원하며 협력 국가로서의 대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있었던 EU 확대에 대한 피로감, 러시아 민족주의의 반발 등으로 우크라이나를 EU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6. 신종 위협: 허위정보(Disinformation)와 하이브리드 위협(Hybrid Threats)


작년에는 유럽의회 선거를 비롯하여 유럽 전역에서 20여 차례의 각종 선거가 치러지는 정치적 변화의 해였다. 2020년에는 폴란드 대선을 비롯하여 유럽에서 17개의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EU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수 있는 여러 개입을 차단하겠다는 정책을 올해에도 유지 발전 시킬 것이다. 특히 허위 정보를 예방, 제거하고자 조기 경보 체제(Rapid Alert System: RAS)의 구축이 꾸준히 강조될 것이다. EU는 허위 정보가 유럽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므로 즉각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의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불어 허위정보는 유럽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하이브리드 위협의 한 축이며 이에 대응한 복원력(resilience)을 강화하기 위한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European Council meeting (21 and 22 March 2019).

RAS는 온라인 플랫폼과 사회적 관계망의 운영자들이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가지고 허위정보의 생성과 유통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 만든 체계이다. EU 각 기관과 28개 회원국은 접촉선을 확보하여 RAS 내에 정부 간 정보 공유 및 생성에 참여하고 최선의 관행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유럽대외관계청과 집행위원회는 서로 협력하여 RAS의 운영이 원활하게 되도록 지원토록 하고있다(EEAS, RAS Factsheet March 2019). 구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RAS를 통하여 지정하고, 신뢰성 있는 공적 영역의 정보가 공유되도록 지원하며 민간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 이들의 활동성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 팩트 체크자 그리고 시민 사회에 활력을 주고 허위정보에 대한 대응과 역할 분할을 공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유럽 대외관계청은 2017년 6월 19일, ‘사이버 외교 도구 박스(cyber diplomacy toolbox)’를 도입하여 사이버 공격을 통한 위협을 줄이고 잠재적인 공격 가능성을 억제하고자 전략을 세운 바 있다. 이어서 유럽각료이사회는 작년 5월 17일 EU 역외의 행위자들이 EU의 기관, 회원국, 제3국, 국제기구 등에게 사이버 공격을 가해 왔을 때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조치의 틀을 제시하였다. 사이버 공격 대한 대응 조치는, 우선 사이버 공격의 당사자(개인 혹은 단체)에 제재를 가하되 당사자의 범위는 기술적 지원뿐 아니라 금융지원을 하거나 이와 관련된 어떤 방법이라도 제공한 모든 이들을 포함한다(2019.06.03 EEAS EU Cyber Diplomacy Toolbox). 그러나 사이버 외교 도구 박스가 실재에서 적용되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사이버 공격의 당사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공격했는지 등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Erica Moret and Patryk Pawlak, “The EU Cyber Diplomacy Toolbox: towards a cyber sanctions regime?”, EUISS, 2017).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비국가 행위자의 사이버 공격과 허위정보 유포는 정치와 사회 안정에 큰 위협이 되므로 새로운 대응 전략을 끊임없이 모색하고자 할 것이다.


7. 기후변화와 환경


EU는 작년 초부터 파리 협약(Paris Agreement)의 이행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반복하여 선언 하였다(European Council meeting 21 and 22 March 2019). 또한 지구 온도 상승을 1.5°C 이내로 제한하자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보고서’ 역시 전폭적으로 지지(European Council meeting 21 and 22 March 2019, European Council meeting 20 June 2019)하고 UN에서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였다.

EU는 파리 협약의 규정 내에서 기후-중립화(climate neutral) 노력을 지속하되 정의와 사회적 균형을 맞추고 각 회원국이 그들의 환경과 에너지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도록 권리를 존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기존에 설정한 ‘2030년 목표’를 여전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U는 또한 2020년 초까지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FCC)에 기후변화에 관한 EU의 장기적인 전략을 제출하고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에 의뢰하여 기후변화 관련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자 하고 있다. 또한 EU와 회원국은 기후변화 기금(Green Climate Fund)의 모금, 집행, 활동 등 기금의 활성화를 위해 공적/민간 영역이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로 하였다.

기후 변화에 관한 EU의 선도전략은 이제 단순히 글로벌 차원의 환경 문제가 아닌 EU 자체의 시그니처 글로벌 전략이 되었다. EU는 향후 모든 산업 정책, 정치 결정, 경제 전략에서 기후변화를 그들 전략의 근간으로 세울 것이다.



III. 결론: 2020년 유럽연합의 모습


1. 파편화된 유럽의 극복과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응


2016년 6월 영국의 EU 탈퇴 선언 유럽은 파편화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구심력 확보를 위해 이후 EU는 ‘EU 시민 보호’를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브렉시트의 성공적인 마무리는 유럽인으로서 27개 회원국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느냐 하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온정적, 임시적, 편의적 해결 모색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럽의 안보 영역에서 주변국으로부터의 재래식 군사 위협은 더 이상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다, NATO와의 관계는 당장 위태롭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이익의 영역을 EU-미국이 공유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완만한 갈등이 드러날 것이다. 오히려 하이브리드 위협으로부터 안전이 보다 민감한 목표가 되고 있다. 이는 자체적인 안보 역량을 강화의 방향과도 관련되어 있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중요하며 그 형태는 하이브리드 위협의 전형적인 원인으로 판단할 것이다. 향후 EU는 군사 안보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친 안보 위협의 가시적 대상으로 러시아를 계속 주목할 것이다.


2. 유럽의 보수화


국제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 극우주의의 발호, 테러리즘, (불법)이민자 문제 등으로 인해 국내 수준에서 주로 언급되던 보수적 가치는 ‘유럽의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가치로 변형될 것이다(회원국 문제의 유럽화). 이를테면 지난 6월, EU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신전략 아젠다 2019-2024’에서 언급한, ‘영토의 단일성을 유지하고 외국인(이민자)들의 출입을 관리하기 위해 외부 국경을 통제’하겠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이민자를 외부의 위협 중 하나로 특정하고 안보 차원에서 해석한 것으로 판단된다. 외부 세력을 배타적으로 규정하는 일부 국가의 국내 정치 논리를 유럽화한 하나의 사례이기도 하다. EU는 몇 년 전과는 달리 최근에는 이민자 정책을 크게 이슈화하지 않고 있으며 이민자 정책의 포괄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있다. 또한 이민자를 불법 이민 및 인신매매와의 싸움의 대상으로 간주하여 통제 정책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지원과 보호보다는 송환과 입국 금지에 주안점을 둘 것(illegal migration and human trafficking and to ensure effective returns)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향후 유럽의 보수화는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유럽(One voice Europe)’이라는 목표와 함께 매우 천천히, 그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 이유는 작년에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각종 국내 선거, 집행위원회 구성을 보았을 때 중도 보수와 중도 좌파의 기존 구조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고 브렉시트의 교훈을 통해 통합이 질적인 공고함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선거는 극단주의 세력의 거대 제도권으로의 이동을 우려하던 당초의 예상과는 달랐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기대와 목표가 EU의 각종 정책에 어느 정도 담겨질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런 가운데 보수적 자유주의 정파의 부상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분리·독립주의, 외부인 배척 등으로는 유럽의 위기가 풀리지 않았음을 유럽인들이 조금씩 자각한 데도 원인이 있다. 따라서 새로운 대안을 경제적 자유주의 속에서 찾아보려는 시도와 보수화되는 EU의 각종 정책이 어떤 형태로 맞물릴지 주시해야 한다.


3. 유럽의 시그니쳐 전략: 기후 중립화, 녹색딜 그리고 공정성


통합이 진행되는 동안 EU는 내부통합의 속도와 범위에 주로 집중하였으나 리스본 조약 이후부터는 통합의 가치와 성과를 대외적인 부분에서 찾으려는 시도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EU는 그들이 내세우는 가치-민주주의, 법치, 평등, 투명성 등-를 토대로 기존의 강대국들이 했던 글로벌 리더의 역할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신전략 아젠다 2019-2024’에서 드러난 것처럼 경제적 토대를 글로벌 리더로서의 가장 기초적인 토대로 인식하고 이 위에 유럽의 가치가 투영된 새로운 분야를 쌓는 것이 리더 역할의 핵심 실천과제로 전제한다. 그 중에서도 EU는 ‘기후 중립화’, ‘녹색 딜’, ‘공정하며 투명한 기준’, ‘사회화가 된 세계(유럽)’ 등은 선도적인 역할을 할 유럽의 독자적인 영역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향후 대외관계에서도 타협이나 양보 없는 핵심 아젠다로 이러한 가치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혁신, 교육, 기술 개발 등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라고 여기고 있다. 향후 이 분야에서 협력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국제적 동반자를 구하는데 적극적일 것으로 파단된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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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도종윤(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편집: 한유진(제주평화연구원 연구조교)​
저자 現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실장. 브뤼셀 자유대학교에서 정치사회학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국제정치학에서 주체물음(2013)", "유럽연합의 개발협력전략(2013)"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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