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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와 지방정부의 대응전략: 중앙-지방정부의 관계설정과 국제화사업 전략 By : 차재권 (부경대학교 부교수) JPI PeaceNet: 20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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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6.



국제화와 지방정부의 대응전략:
중앙-지방정부의 관계설정과 국제화사업 전략




차재권
부경대학교 부교수





  먼저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와 지방정부의 대응전략을 논하기에 앞서 국제화의 개념부터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화는 국민국가 간의 교류가 단순히 늘어나는 현상을 말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와 유사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이 세계화(globalization)란 개념이다. 하비(David Harvey)에 따르면, 세계화는 국제화가 보여주는 단순한 양적 교류의 확대를 넘어서 근대적인 사회생활이 새롭게 재구성됨으로써 세계사회가 독자적인 차원을 획득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 글에서 사용하게 될 국제화의 개념은 후자인 세계화의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국제화와 세계화의 용어를 혼용한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세계가 지금과 같은 세계화·국제화를 경험하게 되기까지에는 거의 350여년이 넘는 장구한 시간이 필요했다. 알려진 대로 1648년 기나긴 30년 전쟁의 종식을 알리는 웨스트팔리아 조약(Peace of Westphalia)은 근대 국민국가 시대의 새로운 국제관계 질서를 만들어 냈다. 1648년 이전의 시기는 교황의 교권이 세속의 왕권을 압도하던(물론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인해 많이 약화되어 가고 있긴 했지만) 시대였다. 하지만 30년 전쟁에서 개신교 동맹국들의 승리에 힘입어 새롭게 시작된 시대는 영국,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 강대국들이 전쟁에서 패한 신성로마제국의 권위를 딛고 새롭게 국제질서의 강자로 부상하는 시기였다. 바야흐로 최초의 근대적 외교회의를 통해 탄생한 웨스트팔리아 체제로 인해 국가주권의 개념에 기반을 둔 새로운 국제질서가 만들어 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35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세계화의 거센 흐름 속에 또 다른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근대적인 국민국가의 주권이 국가 간 관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는 국제질서는 점점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다국적(multinational companies: MNCs) 혹은 초국적기업(transnational companies: TNCs)의 존재는 이제 더 이상 기업이 국민경제의 좁은 틀 안에서 움직이는 수동적 주체가 아니라 경제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주요 행위자로 등장하였음을 보여준다. 미국 자본주의의 기준을 세계에 강요하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에 입각한 경제와 금융의 세계화는 정치, 문화 등 다른 영역에서 마저 서구적 기준을 강요하며 전 세계를 유사한 생활의 가치와 신념에 의해 움직이는 새로운 글로벌 공동체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만들어낸 정치, 경제, 군사, 안보,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친 변화는 근대 국민국가 체제 하에서 대외적으로는 독립된 주권행사의 거의 유일한 주체였던 국가, 즉 중앙정부에 대응하는 지방정부의 위상과 역할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즉 세계화와 함께 나타나기 시작한 새로운 현상의 하나인 지방화(localization)가 동시에 진전되면서 세방화(glocalization)라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세방화의 시대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양자 간의 관계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가? 세계화·국제화의 진전으로 인해 국가 주권이란 두꺼운 당구공의 외피가 벗겨져 나간 탓에 중앙정부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그 공백을 지방정부가 메워가는 힘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80년대 전 세계 후진·개발도상국을 무섭게 휘몰아쳤던 민주화의 물결이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통한 지방화의 움직임을 동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전개되는 이 새로운 시대를 일컬어 혹자는 ‘신중세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절대적 주권에 의존하는 근대 국민국가 체제에 기반한 웨스트팔리아적 국제관계의 질서는 형해화 되었고 각 주권국가 내부의 지방정부들은 그 무덤 위에 새로운 지방주권의 영토를 확인하는 플래그십(flagship)을 세워나가고 있다.

  주권국가에 대응할 만한 충분한 자치능력을 지닌 지방정부는 이제 더 이상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대외적인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화·국제화가 진전되기 이전에는 외교에 관한 권한이 주로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어 국제적인 교류협력은 국가 간 외교를 통해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세계화·국제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세계 외교의 무대에는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나타나게 되었고 이들 간의 교류협력의 방법과 내용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 국제교류(international exchange), 국제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대외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지방외교(local diplomacy)나 자치외교를 통한 국제관계는 보다 공식적이고 정태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그에 반해 국제교류는 주로 문화적 활동이나 민간차원의 관계 형성을 의미하고, 국제협력은 협력 주체들 간의 사업이나 활동에 초점을 맞춘 적극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와 같이 아직 지방자치가 중앙집권적 전통에 의해 제대로 제도화되지 못한 국가의 경우 국제관계 차원의 지방정부의 대외관계 형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의 수준이 아무리 높은 국가라 하더라도 중앙정부는 외교나 군사, 치안 등의 기본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반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사무(위임사무)나 지방정부 스스로 결정한 사무(자치사무)를 수행하게 된다.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는 확실한 역할 구분이 따르며, 이는 지방자치의 수준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지켜지는 준칙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화가 아무리 급속히 진전된다 하더라도 지방정부가 국가, 즉 중앙정부의 고유한 사무라 할 수 있는 외교나 군사, 치안 등과 같은 영역에서 다른 국가와 대등한 행위자로 행세할 수는 없다. 아무리 지방자치가 발달하고 또 세계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국가라 하더라도 지방정부의 국제교류협력이 외교, 군사, 안보의 측면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세계화·국제화의 시대라 하더라도 지방정부의 권한 위임에 대한 요구가 지나칠 때 중앙정부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최근 스페인 카탈루니아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사태에서 드러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 악화는 그 대표적 사례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어떤 영역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지방정부에게 위임되거나 이양된 국제교류협력의 영역인 것인가? 지방자치단체가 주체가 되는 지방과 지방 간의 교류협력은 너무도 당연히 행정,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교류협력으로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자치의 수준이 비교적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교류협력의 내용을 교류형태별로 살펴보면 시민·기업 협력형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협정-선언형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가장 흔히 시도되고 있는 국제교류협력의 형식은 자매결연 및 우호도시 교류이다. 지방정부는 자매결연이나 우호도시 교류라는 비교적 쉬운 국제교류협력사업을 통해 외국의 지방자치단체와 정보를 교환하거나, 우호친선을 다지거나, 경제교류, 통상,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방자치단체간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그와 같은 국제교류협력을 위한 노력은 최근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표>는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의 변화 추이를 나타낸 자료인데 1960년대 이후 2000년대까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대에 국제교류협력은 1980년대와 비교해 광역자치단체 수준에서는 4.5배 이상,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는 8배 가량 폭증하였다. 2000년대 역시 1990년대와 비교해 큰 폭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년 현재를 기준으로 볼 때, 세종특별시를 제외한 우리나라 16개 광역시도들이 73개국 1,118개 도시와 1,459건에 이르는 자매결연이나 우호교류협력 등 국제교류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교류협력 대부분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을 상대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 589건, 일본 201건, 미국이 163건, 러시아 47건, 베트남 47건, 필리핀 40건, 몽골 36건, 호주 25건, 멕시코 18건, 독일 17건, 대만 16건의 순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이 대부분 중국, 일본, 미국에 집중되고 있고 독일 등 서유럽 국가와의 교류협력은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 또한 교류협력 대상의 다양화란 측면에서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지방정부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심화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마련된 다층적 거버넌스(multi-level governance)의 주요한 행위주체로 다양한 지방외교나 국제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긍정적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급증하는 외국인 이주민들로 인해 새롭게 형성된 다문화사회를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동화시켜 내어야 하는 정책적 부담을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즉 지방정부에게 있어 세계화·국제화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 또한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계화·국제화 시대에 성공적인 지방자치를 이룩하기 위해 지방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시대적 흐름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인가?

  구체적으로 세계화·국제화의 흐름 속에 지방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음 몇 가지 사항에서 지방정부가 유념해야 할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먼저 세계화·국제화의 흐름 속에 지방화가 동시에 진전되는 상황에서 누가 그 주도권을 갖게 할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방화는 지방분권이라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적 요구로부터 분출된 것이기에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에서 얻게 되는 공통된 결론임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최근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관이 주도하는 형태”로 변질되어 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세방화가 지닌 원래의 의도가 희석되지 않도록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기 어려운 관 주도보다 국제교류의 궁극적인 주체와 수혜자인 지역 주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능동적 참여를 관에서 뒷받침하는 민간주도의 방식이 바람직하다.

  둘째, 지나치게 의욕만 앞선 형식적인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보다는 지역특성과 현실에 뿌리를 둔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추진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최근 몇몇 자치단체들이 보여준 바와 같은 선심성, 전시행정적인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은 이미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한 보여주기식의 일회성 프로그램들은 그것이 지닌 비효율성으로 인해 지자체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보다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 역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들은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의 추진에 있어 그것이 가져다 줄 경제적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를 냉철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세방화의 개념은 중앙정부와의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이해와 협력을 전제하는 것이며 중앙과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의 세계화·국제화는 성공할 수 없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중앙과 지방간의 이해와 협력의 부재는 추진 중인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물론 중앙정부가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의 국제교류협력 프로그램에 대한 가능한 지원을 의도적으로 회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을 하진 않는다는 이른바 팔길이의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또한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넘어 국가·지방 경제의 동시 성장이라는 대의의 실현을 위해 대승적 견지에서 중앙정부를 이해시키고 협력을 구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넷째, 신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화·국제화의 흐름 속에 지방정부가 국제교류협력에 직접 나섰을 때, 제대로 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류 및 협력 당사자 간에 상당한 정도의 신뢰가 전제로 되어야만 한다. 문제는 그와 같은 신뢰관계가 형식적인 몇 번의 교류협력으로 쌓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국제교류협력은 신뢰에 바탕을 두어 매우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되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섣부르고, 단기적이며, 형식적인 지방정부의 교류협력 사업이 지방정부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국가 간 관계까지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왔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계화·국제화의 결과이기도 한 다문화 이주민 사회의 중요성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오랜 세계화·국제화의 흐름 속에 우리나라는 이제 30만 다문화 가족 인구, 2백만 등록 외국인수를 자랑하는 명실상부한 다문화 국가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국제교류협력에 앞서 이들 ‘집토끼’부터 먼저 제대로 관리해서 지방정부의 세계화·국제화의 우군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2017.12.05. 게재
* 홈페이지 오류 문의: webmaster@jpi.or.kr



저자 現 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2004년 미국 University of Kansas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전공분야는 비교정치이며 (국제)정치경제, 지방정치, IT정치, 여성, 환경 등이 주요 관심분야임. 대표논문으로는 “의회정치에서의 다양한 계층제(hierarchy)의 작동 메커니즘: 4개국 중앙-지방의회 관계 유형 분석을 중심으로”(『세계지역연구논총』 2017), “지방거버넌스의 체제능력 연구: 지역발전적 시각의 적용.”(『시민사회와 NGO』 2015), “수도권·비수도권 간 지역갈등이 통일 및 대북인식에 미친 영향 분석.”(『한국동북아논총』2017) 등이 있으며, 대표저서로는 『지역발전과 지방정치』(세종문화사, 2015),『정치학으로의 산책』(한울아카데미, 2014), 『지방정치학으로의 산책』(한울아카데미, 2012) 등 다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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